ETC/Eoschron 2018. 7. 18. 12:00

[Eoschron x Isis ] 우연의 장난 -3

" 변함이 없군, 이곳은. "

" 뭐- 예전에 쓰던 기지를 개조한 것 뿐이니까요. 쓸모 없는 지출은 하지 않는 거에요. "


아이에게 가르치는 듯 대꾸한 이시스에게 한숨으로 답한 에스쿠로는 안을 둘러보았다. 긴 시간 사용하지 않은 것 치고는 먼지도 적었다. 방을 구석구석 살핀 에스쿠로는 문을 닫고 걸음을 옮겼다. 그의 옆엔 당연하다는 듯 이시스가 따라붙었다.


" 언제부터 올 거에요? 여기. "

" 일주일 정도 뒤가 되겠지. "

" 그 동안 주변 정리하고- 아, 집은 어쩔 거에요? 꽤 비싸던데. "

" 그대로 둘 생각이다. "

" 아깝다- 내가 사려고 했는데. "


어이 없다는 시선에 크게 웃으며 사령관실 문을 여는 이시스의 행동에 에스쿠로는 다시금 한숨을 뱉었다. 턱을 괴곤 생각하던 사령관은 들어오는 사람들을 반겼다. 요원 등록과 관련된 일정을 조율하고 기지에서 나오니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었다.


" 뭔 일 있으면 전화해요, 아저씨. "

" 그래. "

 

손을 흔들어 배웅하는 이시스에게 고갤 끄덕인 에스쿠로는 차를 몰고 떠났다. 먼지가 날리는 모습을 보던 이시스는 고갤 모로 기울였다. 


.

.

.


고속도로를 통해 알 마타르로 향하던 에스쿠로는 미묘한 느낌에 룸 미러를 수시로 확인했다. 차를 잠시 세울 수 있을 공간에 주차하고선 휴대전화를 들었다. 차에서 내려 조수석으로 걸으며 멀쩡할 차의 보닛을 열어 살폈다. 


쾅-


보닛을 거칠게 닫은 그는 숨을 돌리는 척 하며 주변을 둘러보다 붉은빛을 발견했다. 레이저 포인터 같은 것은 3초간 깜빡이곤 사라졌고 그는 미간을 좁히며 차에 올랐다.


' 분명 감시가 있군. '


핸들에 손을 얹은 그는 지긋이 액셀을 밟았다.


에스쿠로는 출입구에서 지문 인증을 하곤 발을 옮겼다. 건물은 특이하게 옴닉 출입 금지구역이었고 외부로 향한 출입구엔 특수한 EMP 장치가 존재했으니 아침의 습격자나 오는 길의 감시자들이 들어오기란 쉽지 않았다. 8년 전 모아둔 돈의 60% 이상을 쏟은 게 도움이 된다는 실없는 생각을 하며 에스쿠로는 엘리베이터를 탔다.


집에 들어와 처음 한 일은 장비를 벗어 보관함에 넣는 것. 곳곳에 세월의 흔적이 있는 보관함을 물끄러미 보던 그는 고갤 한 번 젓고는 움직였다. 장식장에 있던 테이블용 사진 액자 몇 개, 옷과 도구들, 평소에 쓰던 전자기기와 중요한 문서들은 가져갈 가방과 정리용 박스에 담고 냉장고를 열어 상황을 확인한다던가 올 물건은 없는지, 공과금 처리에 관해서 확인하니 시간은 자정을 훌쩍 넘었다.


" 일단은 자고. "


시간을 확인한 그는 잠자리에 들기 위해 침실로 향했다.



날이 밝자 에스쿠로는 사복을 입으면서 핀 버튼을 몇 개를 주머니에 넣고 홀스터에 컴뱃 나이프를 넣었다. 사복을 입고 장비를 착용하면 관공서에 출입하기 힘들기 때문에 무장을 최소한으로 줄인 것 이다. 다행인지 아웃도어용 또는 호신용으로 나이프를 소지한 이도 많고 주변을 지키는 경찰이나 군인들도 나이프는 흔히 착용하고 있어 크게 눈에 띄는 차림은 아니었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직접 찾아가 처리하는 것은 감시자들의 움직임을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예상이 맞다면 CCTV나 군경이 많은 곳에선 나타나지 않을 것이고 사람의 왕래가 적고 CCTV등이 없는 곳에서 모습을 드러 낼 것이다. 일을 다 보고 집과 가까울 시장으로 향하며 골목으로 들어서자 습격했던 옴닉과 비슷하나 조금은 다를 3대가 길을 막았다. 몸을 돌려 대로변으로 가려던 그는 퇴로가 막히자 한숨을 뱉었다.


" 요즘 한숨을 많이 쉬는군. "


살의가 최고치를 찍자 에스쿠로는 나이프를 꺼냈다. 옴닉의 총알세례를 부착한 핀 버튼으로 튕겨내고 총구 부분을 찍어 스파크를 튀게 만든 뒤 케이블을 베려 하자 위에서 그림자가 졌다. 옆으로 피하자 옴닉의 칼이 땅을 갈랐고 아직 방어력이 남은 핀 버튼으로 공격을 빗겨내고 턱을 차 올린 에스쿠로는 몸을 피해 옴닉끼리 충돌하게 만들었다. 장비가 여의치 않아 선공을 최대한 자제하고 저들끼리 자멸하게 만들 생각이던 그는 레이저가 옆으로 지나가자 생각을 바꿨다. 


' 먼저 친다! '


퇴로를 막은 옴닉에게 달려든 에스쿠로는 두 개의 핀버튼으로 방어벽 범위를 겹쳐 레이저를 막고 옴닉의 어깨에 올라타 목과 이어지는 틈에 칼을 꽂았다. 내려 찍은덕에 중추 데이터 전송로-인간으로 치면 척수-를 망가뜨렸고 옴닉은 덜커덕거리다 전원이 꺼졌다. 칼을 회수하기 전 콩 볶는 소리가 나자 전원이 꺼진 옴닉을 방패 삼았는데 공격이 무산되자 옴닉은 몸을 무기 삼아 전속력으로 돌진했다. 밀리는 힘에 부상당할 수 있기에 옆으로 피한 에스쿠로는 바닥에 쓰러져 허우적거리는 옴닉의 전원을 찾아 부수고 저를 분석하던 옴닉의 폭탄을 피했다. 산탄형태는 아니지만 국소 EMP 필드에 착용했던 핀 버튼의 방어벽이 사라졌고 오른쪽 시야가 흔들리자 약간의 빈틈에 공격이 들어왔다. 핀 버튼을 사용할 틈도 없을 공격을 순전히 경험으로 피한뒤 폭탄을 던진 옴닉에게 달렸다. 장전하는 옴닉의 포구 미끄러지듯 피한 그는 전력을 다해 옴닉의 등에 드롭킥을 먹였고 생각보다 가벼운 옴닉은 고꾸라졌다. 발사 직전 바닥과 부딪친 그것은 자폭했고 에스쿠로는 그대로 날려가 벽에 부딪쳤다. 


온 몸을 울리는 충격에도 정신을 유지하던 그에게 마지막 옴닉이 다가왔다. 옴닉의 공격범위에서 한 발자국 벗어난 그는 어깨로 들이받은 뒤  휘청인 틈을 타 한발자국 더 전진했다. 충격을 받은 상태에서 밀린 옴닉이 뒤로 넘어가자 위에 올라타 전원 케이블을 뜯었다. 장갑 덕분에 감전되진 않았지만 파직거리는 것에 눈살을 찌푸린 그는 옴닉의 완전한 무력화를 확인하곤 주저앉았다. 땀을 훔치며 옴닉을 관찰하던 에스쿠로의 눈에 익숙한 글자가 들어왔다. 문장을 모두 읽은 에스쿠로는 회수하지 못한 나이프를 챙겨 판을 뜯었다. 금속성이 요란한 가운데 조각을 챙긴 그는 골목 밖으로 향했다.




[무슨 일 있었어요? 꼴이 왜 그래요.]


통신패널의 얼굴이 놀란 표정을 짓자 에스쿠로는 낮에 있던 습격에서 회수한 금속조각을 화면에 비췄다. 이시스의 눈이 샐쭉해지자 그는 등받이에 기대며 말을 이었다.


" 좀 막무가내더군. 한 발자국만 나가면 사람들이 다니는 골목에서 습격 할 줄은 몰랐다. "

[몸은 괜찮아요?]

" 소규모 EMP떄문에 의안이 망가진 것 말곤 괜찮아. "


이시스는 어이없다는 듯 상대를 보더니 발끈했다.


[전혀 괜찮지 않잖아요!]

" 돌아가서 확인하면 될 거고, 이놈들 처리가 먼저다. "

[본인 상황을 축소하는 거 아니에요! 아프면 아프다 불편하면 불편하다 말을 해야죠! ㄱ..]

" 일주일 정도 후에 들어갈 생각이었지만 마음이 바뀌었다. 지금 복귀한다. "

[그러니까-]

" 기지에서 보지. "


일방적으로 통신을 끊은 그는 계속해서 들어오는 통신 요청에 기기의 전원을 껐다. 사위가 조용해지자 마음에 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에스쿠로는 금속조각을 보더니 품 안에 넣고 나갈 채비를 했다. 


기지에 도착한 그를 반기는 건 웃는 이시스였다. 통신에서 화낸 것 보다 괜찮아 보이자 에스쿠로는 품에 넣어둔 금속조각을 건넸다. 손가락 사이에 끼어 이리저리 살피던 이시스는 주머니에 금속조각을 넣은 뒤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팔짱을 꼈다. 짐을 내리고 가려던 에스쿠로의 뒤를 따르며 잔소리를 시작한 이시스건만 에스쿠로는 1도 반응하지 않았다. 숙소에 짐을 던져 넣을 때 까지 이어진 잔소리는 그가 문을 닫고 똑바로 바라볼 때 까지 계속되었다.


" 왜 그래요? "

" 입은 안 아픈가. "

" 아프죠, 듣지도 않는 잔소리를 해야 하니까. 사령관한테 보고 할거죠? 같이 가요. 직접 겪으신 분이 이야기하면 더욱 현장감 있겠죠. "


웃는 낯이지만 훤히 드러나는 가시에 에스쿠로는 그러마 하고 앞장 설 뿐이다. 


" 처음 만났을 때라 생각 하는거야 뭐야. "


이시스의 한탄은 덤 이었다.



사령관실 테이블 가운데엔 예의 금속조각이 있었다. 툴툴거리는 이시스와 평온해 보이는 사령관 무덤덤한 에스쿠로는 그것을 볼 뿐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 의심대상은 확실하지만 그들이 직접 일을 벌인 건 아닐 겁니다. 그렇다고 하기엔 너무- "

" 허술하고 소수야. 이쪽의 인물 정보도 제대로 파악 하지 않았고 전술조차 없었다. "

" 꼬리를 잡아야 한다, 이거네. "


이시스이 말이 끝나자 사령관은 그를 빤히 바라봤다. 시선의 의미가 뭔지 알아챈 이시스는 고갤 저으며 투덜거렸다.


" 알겠어 알겠다고. 나가면 돼? "

" 응. 열심히 끌어내봐. 본거지까지 안다면 금상첨화지. "

" 진짜, 너무 심하게 부려먹는다니까. "


이시스는 손을 휘저으며 사령관실을 나갔다. 닫힌 문을 보던 에스쿠로는 사령관의 부름에 고갤 돌렸다. 


" 의료팀에 가서 검진 한 번 받으셔야죠. 의안도 확인하시고. "

" … "

" 본격적으로 활동도 안 하셨는데 부상 입으신 채면 이쪽이 불편합니다. "

" 바로 가지, 사령관. "

" 예. "


사령관실 문이 다시금 닫히자 매튜는 턱을 괴곤 금속조각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