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C/Eoschron 2018. 8. 29. 23:27

[Eoschron x Isis ] 우연의 장난 -4



" 완전히 망가졌습니다만, 이거. "

" 얼마나 걸리나. "

" 의안을 준비하는데 일주일, 이식 후 안정화까지 최소 3주 잡으면... 못해도 한 달은 걸릴겁니다. "


에스쿠로의 재촉에 의료반은 고갤 저었다. 오버워치지만 옛날처럼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상황은 아닌데다가 카이로지부는 상부에게 '버리는 패' 격이라 타 지부에 비해 지원의 폭이 적었다. 그런 와중에 단순한 시야확보 뿐 아닌 추가기능이 들어간 의안을 빠르게 받기란 쉽지 않았다. 어쩔 수 없다는 것에 어쨌든 빨리 부탁한다며 의무실을 나가던 에스쿠로는 막 돌아온 이시스와 마주쳤다.


" 한쪽 눈 가리니까 더 무서워보이네요, 아저씨. 조직폭력배라 해도 믿겠어요. "

" 실없는 소릴. "

" 진짜라니까요? "


여기저기 검댕을 묻혀 온 이시스는 안대를 한 에스쿠로 주변을 한 바퀴 돌았다. 원하던 반응이 없자 한숨을 쉰 그는 상대의 손을 잡아 끌며 사령관실로 향했다.


" 소득은 있었나? "

" 와- 진짜. 아저씨 현역 때 아니거든요? 좀 있으면 60 되시는 양반이 몸 좀 사리라구요, 정말. "


사령관과 마주할 때 까지 투덜거리던 이시스는 에스쿠로와 안에 들어서서는 너스레를 떨었다. 자신도 습격을 받았지만 무사히 몸을 뺐다는 이야기와 함께 위치 추적장치를 붙였는데 30분도 되지 않아 신호가 꺼졌다는 것 까지. 사령관은 이집트 전역이 그려진 지도를 띄웠다. 이시스는 지도를 유심히 보더니 조금은 외각에 위치한 마을을 짚었다.


" 신호는 이 마을로 가는 중간에 끊겼어. 마을도 작고 숨을 곳도 적고... 습격자들 규모는 크지 않다는게 내 생각. "

" 흠. "

" 근처 지반도 단단해서 땅굴까지 파긴 요원할거야. 그런 흔적도 없고- 위성지도나 다른 걸 살펴봐도 특이점은 글쎄? 옴닉이 대다수인걸로 봐서 '사람'은 비교적 적겠지. 크게 움직이지 않아도? "

" 작전을 지시하는건 내 역할이야, 이시스. "

" 의견일 뿐 이야 의견. "


사령관실은 한동안 침묵에 잠겼다. 팔짱을 낀 채 생각에 잠겼던 사령관은 내일 다시 부르겠다며 둘을 물렸다. 사령관실에서 나온 이시스는 고갤 젓더니 힐끔 옆을 보았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을 얼굴에 덥석 손목을 잡고는 휴게실로 끌었다.


" 뭐냐. "

" 숙소 가 봤자 주무시지 않으실테니 이야기나 하시죠. "

" 나도 할 말이 있다만. "

" 좋네요. 그럼 가시죠? "


이시스는 끌고가는 느낌으로 에스쿠로를 휴게실에 데려갔다. 내부엔 몇몇 요원들이 모여 이야길 나누고 사령관이 음료수를 뽑으려는 듯 자판기 앞에 있었다. 눈짓으로 인사 한 이시스는 에스쿠로를 앉혀두곤 커피 두 캔을 뽑았다.


" 이거 마셔요. "

" 고맙군. "


캔을 따 홀짝이던 이시스는 아무 감흥없어 보이는 상대를 보며 한숨을 쉬곤 입을 열었다.


" 무슨 생각으로 가볍게 돌아다니던 거에요? "

" 뭐가. "

" 아니, 분명 미행이 있고 습격도 있다는걸 아는 양반이 달랑 칼 한자루 들고 쫄래쫄래 다니면 위험할거라 생각은 안 했어요? 부러 습격을 유도했다 하기엔 방비가 너무 허술하잖아요. 목숨이 둘이라면 모를까, 거기다 현역시절도 아닌데 몸은 왜 그렇게 험하게 굴려요. 아저씨 지금 나이가 58이에요 58. 연세를 생각해야죠. "


입이 아플정도로 쉬지 않고 말을 뱉던 이시스는 에스쿠로를 보며 미간을 좁혔다. 이정도면 뭔가 반응을 하리라 생각했는데 상대는 천천히 커피를 마실 뿐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고 있었다. 커피를 원샷 한 그는 쓰레기통에 캔을 던져 넣고는 머리를 감쌌다.


" 에효. 나 혼자 열내봤자네요. "


주의를 집중 시키는 듯 소리내며 캔을 내려놓은 에스쿠로는 그런 이시스를 보더니 입을 열었다.


" 이시스. "

" 왜요, 아저씨. "

" ... 너, 내 딸해라. "

" 네이네..... 에? "


당연하다는 듯 답을 하려던 이시스는 놀란 표정으로 에스쿠로를 봤다. 근처에서 음료를 마시려던 사령관-크리스는 마시던 음료를 놀라서 뿜곤 기침을 해댔다. 서로 이야기하던 이들은 뭔 일인가 싶어 둘을 보고 있었다. 잠시 가출한 정신을 추스른 이시스는 고갤 앞으로 빼며 되물었다.


" 아저씨, 지금 뭐라고 한... 아니, 아직 60도 되지 않은 양반이 헛소리 하는거 아네요. "

" 헛소리 아니다. 이성적 판단을 통한 결론이야. 너한텐 보호막이 필요해. "

" ... 아니 왜 그렇게 되는데!! "


버럭 소리지르며 일어난 이시스를 무덤덤하게 보던 에스쿠로는 커피 잘 마셨다며 캔을 버리곤 제 숙소로 향했다. 휴게실에서 굳어있던 이시스는 제자리에 쓰러지듯 앉아선 혼잣말을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