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C/Eoschron 2018. 4. 18. 00:31

[Eoschron x Isis ] 우연의 장난 -1

* 에스쿠로 x 이시스의 크로스 오버

** 시점은 이시스가 활동하는 2078년. 에스쿠로는 은퇴 후 이집트 카이로에서 조용히 살고 있다는 설정

*** 당시 나이 이시스 36, 에스쿠로 58





[오버워치 카이로 지부]에 소속된 [요원]이긴 해도 [사령관] 나으리 께서 일거리를 가져오지 않는 한 자유로웠다. 외부에서 들어 온 인원이고 개인적인 사업을 운영하는 처지라 다른 요원들보다 제약이 적었기에 종종 '외출'을 감행했다. 짧게는 몇 시간에서 길게는 몇 주까지 이어지는 외출.


오늘은 2~3일 정도로 잡고 카이로 내 가장 좋은 호텔의 중간 급 객실을 예약 한 참이다. 새로운 거래를 위해 로비에서 손님을 보기로 한 걸 제외하면 시간은 지루할 정도로 남았다. 문득 길거리 음식이 먹고 싶어져서 손님을 본 뒤 시장으로 가기로 마음 먹곤 지갑과 카드, 그리고 호텔 키를 챙겨 들었다.


" 좋습니다. 그렇다면… "

" 언제나처럼 부탁하겠습니다, 시그도라씨. "

" 그래요. "


이슬람 특유의 복장을 한 남성은 웃으며 고갤 끄덕이고는 계약서를 비서에게 넘겼다. 영업용 미소를 보이며 서류들을 챙겨 객실로 들어가 특수 제작한 서류가방에 계약서를 넣어 잠슨 뒤 들어왔던 그대로 나갔다.


점심시간은 한참 지났고 저녁 장 보기엔 이른 시간이니 사람이 적어 쾌적했다. 적당히 낀 구름 덕에 따가운 햇볕은 자취를 감춰 걷기에 안성맞춤인 날씨다. 콧노랠 흘리며 시장으로 향하던 와중 건너편 신문 가판대가 눈에 들어왔다. 신문을 사고 시장을 돌아다니면서 먹을 걸 구입한 뒤 들어가는 편이 좋겠다 싶어 건너려는데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 어? "


눈 앞에 지나간 인영 때문이었다. 낯설지 않은 붉은 곱슬머리에 크다고 생각하기 힘들 키와 옆모습만 봐도 험상궂은 저 사람은-


" 아저씨잖아? "


소릴 뱉고는 입을 막아버렸다. 착각했나 하고 다시 봤지만 역시 그 사람이었다. 오버워치에 스카우트 된 후 임무에 나가면 항시 붙어 다니던 사람. 어리다고 무시하거나 이것저것 말 시키는 요원들 보다 믿음직스럽고 동생처럼 대해주던 이였다. 땅에 달라붙었던 발은 저절로 뒤를 쫓기 시작했다.


그런데 마주치면 뭐라고 이야기 하지? 날 기억하고 있을까? 온갖 상념을 하면서 따라가니 왠 골목으로 향하길래 쫓아 들어갔는데 아무데도 없었다. 추적엔 일가견 있다 생각했는데 놓쳤나 싶어 둘러보던 와중 고갯짓을 멈췄다.


" 가판대에서부터 따라오던데. 용건이라도 있나. "


목에서 느껴지는 서늘함과 함께 들린 목소리는 기억과 변함이 없어 자연스레 웃음이 흘렀다.


" 나 몰라요, 아저씨? 왜 오버워치에 스카우트를 빙자한 납치를 당했던 파란머리 꼬마 말이에요. "


잠시간의 침묵 후 날붙이는 자취를 감췄다. 발자국 소리가 나고 기척이 조금 멀어진 뒤에 몸을 돌리니 미미하게 상대의 입 꼬리가 올라간 것이 보인다. 미미한 변화지만 저건 즐거워하는것이 맞을 것이다.


" 못 알아보겠군, 오랜만이다 미엘라. "

" 전 변장의 명수거든요. 그리고 '에디야' 라고 불러주세요. 지금은 에디야 시그도라 라는 이름을 쓰고 있어요. "

" 이름이 그것 뿐은 아니겠지. "

" 정확해요! 여기서 이러지 말고 카페라도 가는 게 어때요? "


동의의 표시로 고갤 짧게 끄덕인 것을 확인하곤 앞서 걸었다. 그때는 항상 아저씨가 앞에 서고 내가 뒤를 따랐는데 이젠 반대의 형상이다. 어깨가 솟는 듯 한 즐거움을 억누르며 근처 카페로 움직였다.




" 어쩌다 카이로에 온 건가. "


컵 안의 얼음을 휘젓는데 치고 들어오는 물음은 가볍지 않았다. '그 때'를 생각하니 절로 어이가 없어 입 꼬리가 올라가고 만다.


" 이곳 오버워치 지부에 소속되어 있어요. "


아아, 아저씨의 미간이 바로 좁아진다. 순한 인상도 아닌 사람이 저러니 더욱 무서워서 시선을 컵에 두곤 말을 이었다.


" 이번엔 그때처럼 납치- 는 아니에요. 오빠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통수를 쳐서. "

" 사기군. "

" 맞아요. 제대로 사길 쳤어요. "


그간 일을 짧게 요약해서 전달하면서 나도 모르게 아저씨의 눈치를 봤다. 미간이 덜 펴진 것으로 보아 이야기가 썩 유쾌하진 않은 듯 싶다. 손에 들린 잔이 테이블에 놓이고도 한참 침묵이 자리잡았다.


" 지금이야 그 부분을 쥐고 흔들 수 있으니 다행이군. 허나 자주 쓰진 말아라. 비장의 수는 한 번 내보이면 끝이야. "

" 엑- 너무해요. 아직까지 꼬마로 보시다니. "

" 뒤통수를 맞아 들어갔으니 꼬마가 맞지. "

" 아무리 대단해도 실수 좀 할 수 있… "

" 그 실수가 족쇄를 차게 만들었고. "


아, 이번 건 아팠다. 너무 정곡을 찔러 들어와 할 말이 없어졌다. 애꿎은 빨대를 잡아 한참을 저으니 한숨소리가 들려 고갤 들었다. 아저씨는 찻잔을 비우곤 팔짱을 낀 채 보고 있었다. 무겁고 깊은 눈빛을 가만히 받던 난 눈웃음으로 상황을 무마시키려 했지만 실패했다.


" 호락호락 하지 않으시네요. 넘어가 주실 수 있잖아요. 그리고- 범죄자가 아니니 취조 하실 필요 없어요, 아저씨. 당신 역시 요원님이 아니잖아요? "

" 범죄자가 아니라니. 네 코드네임은 이미 지명수배 받지 않았나? "

" 어머, 이시스는 지명 수배중이 아닌걸요? 잘못 알고 계신 것 같은데- 나이는 어쩔 수 없나봐요? "


여전히 미소를 짓곤 당신을 본다. 빈 잔을 들려 내려둔 뒤 앞으로 몸을 기울인 당신은 일어나며 명함크기의 종이를 밀었고 내려둔 지갑과 함께 종이를 들자 고갤 한 번 끄덕인 당신은 몸을 돌렸다. 음료값은 계산 되었기에 여유롭게 물건들을 챙기며 종이를 보니 카이로 외각의 주소가 있었다. 프린트로 찍어낸 듯 반둣한 글씨는 당신을 닮아있다. 호텔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운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