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5. 20. 12:42

[에스쿠로x이시스] 우연의 장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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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C/Eoschron 2018. 4. 18. 00:31

[Eoschron x Isis ] 우연의 장난 -1

* 에스쿠로 x 이시스의 크로스 오버

** 시점은 이시스가 활동하는 2078년. 에스쿠로는 은퇴 후 이집트 카이로에서 조용히 살고 있다는 설정

*** 당시 나이 이시스 36, 에스쿠로 58





[오버워치 카이로 지부]에 소속된 [요원]이긴 해도 [사령관] 나으리 께서 일거리를 가져오지 않는 한 자유로웠다. 외부에서 들어 온 인원이고 개인적인 사업을 운영하는 처지라 다른 요원들보다 제약이 적었기에 종종 '외출'을 감행했다. 짧게는 몇 시간에서 길게는 몇 주까지 이어지는 외출.


오늘은 2~3일 정도로 잡고 카이로 내 가장 좋은 호텔의 중간 급 객실을 예약 한 참이다. 새로운 거래를 위해 로비에서 손님을 보기로 한 걸 제외하면 시간은 지루할 정도로 남았다. 문득 길거리 음식이 먹고 싶어져서 손님을 본 뒤 시장으로 가기로 마음 먹곤 지갑과 카드, 그리고 호텔 키를 챙겨 들었다.


" 좋습니다. 그렇다면… "

" 언제나처럼 부탁하겠습니다, 시그도라씨. "

" 그래요. "


이슬람 특유의 복장을 한 남성은 웃으며 고갤 끄덕이고는 계약서를 비서에게 넘겼다. 영업용 미소를 보이며 서류들을 챙겨 객실로 들어가 특수 제작한 서류가방에 계약서를 넣어 잠슨 뒤 들어왔던 그대로 나갔다.


점심시간은 한참 지났고 저녁 장 보기엔 이른 시간이니 사람이 적어 쾌적했다. 적당히 낀 구름 덕에 따가운 햇볕은 자취를 감춰 걷기에 안성맞춤인 날씨다. 콧노랠 흘리며 시장으로 향하던 와중 건너편 신문 가판대가 눈에 들어왔다. 신문을 사고 시장을 돌아다니면서 먹을 걸 구입한 뒤 들어가는 편이 좋겠다 싶어 건너려는데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 어? "


눈 앞에 지나간 인영 때문이었다. 낯설지 않은 붉은 곱슬머리에 크다고 생각하기 힘들 키와 옆모습만 봐도 험상궂은 저 사람은-


" 아저씨잖아? "


소릴 뱉고는 입을 막아버렸다. 착각했나 하고 다시 봤지만 역시 그 사람이었다. 오버워치에 스카우트 된 후 임무에 나가면 항시 붙어 다니던 사람. 어리다고 무시하거나 이것저것 말 시키는 요원들 보다 믿음직스럽고 동생처럼 대해주던 이였다. 땅에 달라붙었던 발은 저절로 뒤를 쫓기 시작했다.


그런데 마주치면 뭐라고 이야기 하지? 날 기억하고 있을까? 온갖 상념을 하면서 따라가니 왠 골목으로 향하길래 쫓아 들어갔는데 아무데도 없었다. 추적엔 일가견 있다 생각했는데 놓쳤나 싶어 둘러보던 와중 고갯짓을 멈췄다.


" 가판대에서부터 따라오던데. 용건이라도 있나. "


목에서 느껴지는 서늘함과 함께 들린 목소리는 기억과 변함이 없어 자연스레 웃음이 흘렀다.


" 나 몰라요, 아저씨? 왜 오버워치에 스카우트를 빙자한 납치를 당했던 파란머리 꼬마 말이에요. "


잠시간의 침묵 후 날붙이는 자취를 감췄다. 발자국 소리가 나고 기척이 조금 멀어진 뒤에 몸을 돌리니 미미하게 상대의 입 꼬리가 올라간 것이 보인다. 미미한 변화지만 저건 즐거워하는것이 맞을 것이다.


" 못 알아보겠군, 오랜만이다 미엘라. "

" 전 변장의 명수거든요. 그리고 '에디야' 라고 불러주세요. 지금은 에디야 시그도라 라는 이름을 쓰고 있어요. "

" 이름이 그것 뿐은 아니겠지. "

" 정확해요! 여기서 이러지 말고 카페라도 가는 게 어때요? "


동의의 표시로 고갤 짧게 끄덕인 것을 확인하곤 앞서 걸었다. 그때는 항상 아저씨가 앞에 서고 내가 뒤를 따랐는데 이젠 반대의 형상이다. 어깨가 솟는 듯 한 즐거움을 억누르며 근처 카페로 움직였다.




" 어쩌다 카이로에 온 건가. "


컵 안의 얼음을 휘젓는데 치고 들어오는 물음은 가볍지 않았다. '그 때'를 생각하니 절로 어이가 없어 입 꼬리가 올라가고 만다.


" 이곳 오버워치 지부에 소속되어 있어요. "


아아, 아저씨의 미간이 바로 좁아진다. 순한 인상도 아닌 사람이 저러니 더욱 무서워서 시선을 컵에 두곤 말을 이었다.


" 이번엔 그때처럼 납치- 는 아니에요. 오빠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통수를 쳐서. "

" 사기군. "

" 맞아요. 제대로 사길 쳤어요. "


그간 일을 짧게 요약해서 전달하면서 나도 모르게 아저씨의 눈치를 봤다. 미간이 덜 펴진 것으로 보아 이야기가 썩 유쾌하진 않은 듯 싶다. 손에 들린 잔이 테이블에 놓이고도 한참 침묵이 자리잡았다.


" 지금이야 그 부분을 쥐고 흔들 수 있으니 다행이군. 허나 자주 쓰진 말아라. 비장의 수는 한 번 내보이면 끝이야. "

" 엑- 너무해요. 아직까지 꼬마로 보시다니. "

" 뒤통수를 맞아 들어갔으니 꼬마가 맞지. "

" 아무리 대단해도 실수 좀 할 수 있… "

" 그 실수가 족쇄를 차게 만들었고. "


아, 이번 건 아팠다. 너무 정곡을 찔러 들어와 할 말이 없어졌다. 애꿎은 빨대를 잡아 한참을 저으니 한숨소리가 들려 고갤 들었다. 아저씨는 찻잔을 비우곤 팔짱을 낀 채 보고 있었다. 무겁고 깊은 눈빛을 가만히 받던 난 눈웃음으로 상황을 무마시키려 했지만 실패했다.


" 호락호락 하지 않으시네요. 넘어가 주실 수 있잖아요. 그리고- 범죄자가 아니니 취조 하실 필요 없어요, 아저씨. 당신 역시 요원님이 아니잖아요? "

" 범죄자가 아니라니. 네 코드네임은 이미 지명수배 받지 않았나? "

" 어머, 이시스는 지명 수배중이 아닌걸요? 잘못 알고 계신 것 같은데- 나이는 어쩔 수 없나봐요? "


여전히 미소를 짓곤 당신을 본다. 빈 잔을 들려 내려둔 뒤 앞으로 몸을 기울인 당신은 일어나며 명함크기의 종이를 밀었고 내려둔 지갑과 함께 종이를 들자 고갤 한 번 끄덕인 당신은 몸을 돌렸다. 음료값은 계산 되었기에 여유롭게 물건들을 챙기며 종이를 보니 카이로 외각의 주소가 있었다. 프린트로 찍어낸 듯 반둣한 글씨는 당신을 닮아있다. 호텔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운 느낌이었다.



ETC/Tearis 2018. 2. 26. 00:13

if 흑막썰

(그림 : 밀한님 https://twitter.com/milhan_cm/status/965170992640245760)


흔히 볼 수 있을 휴대전화를 든 손이 표면을 두드린다. 검은 액정만 보이던 전화기가 울자 손의 주인은 그것을 확인하고는 몇 번의 터치로 답을 보낸다. 몇 번의 반복 후에 화면 액정을 끈 손이 내려온 안경을 치켜 올렸다. 길거리의 발소리 사이에 섞인 둔탁한 굽 소리가 손의 주인에게 다가와 그림자를 만들었다.



" 1분 전- "

" 설마, 늦으리라 생각 한 거에요? "


그림자 주인의 말에 안경 낀 이가 낮게 웃었다. 소음에 묻혀 명확하진 않았지만 상관 없다는 듯 상대는 말을 이었다.


" 아니, 오늘도 딱 약속 시간에 맞춰 오나 싶었어. "

" ... 싱겁기는. "

" 자세한건 안에서 이야기 하는 게 어때? 계속 서 있는것도 불편한데. "

" 좋아요. "


제안을 수락한 이는 기다리던 이와 함께 바로 옆 카페로 갔다. 문이 열리며 울리는 차임벨에 인사를 한 종업원을 보지도 않고 구석 진 자리로 향한 이는 떨어지듯 앉았다. 퍽- 하는 공기 빠지는 소리에 낮게 웃는 상대를 보던 이는 건너편 자리에 앉아 선글라스를 벗었다.


" 그래서- 어제 일은 어땠어, 혜야? 변수가 많았을텐데. "

" 제대로 수행 했어요. 벌써 몇 번을 같이 일 하는데 아직도 그런 질문인가요? "

" 물론 혜야가 실수 같은걸 할 린 없지만, 그냥 확인 하는거야. "

" 테아리스씨 태도가 나쁘단 건 아니지만 매번 묻잖아요. "


혜야-천혜야의 말에 테아리스는 웃음소릴 흘리며 메신저백에서 펜과 수첩을 꺼냈다. 기묘한 것이 가득했지만 익숙하다는 듯 손은 유려하게 움직여 더하고는 마침표를 찍었다. 종업원이 오자 음료를 주문한 천혜야는 턱을 괸 채 테아리스의 손을 보고 있었다.


" 항상 보지만 뭔지 모르겠어요. "

" 그러라고 쓰는거야. 동네 방네 떠들어서 좋을 거 없으니까. "


어깰 으쓱이는 테아리스의 행동에 천혜야는 미소를 진 채 고갤 끄덕였다. 저 수첩에 기록된 것은 물론이고 자신들이 나누는 대화나 이후의 일 모두 타인에게 알려져서 좋을 건 없었다. 죽음으로 묻어버릴 것 이라면 모를까. 


" 주문하신 음료 나왔습니다. "


대화를 끊은 것은 종업원이 가지고 온 음료였다. 테아리스 앞엔 작은 에스프레소잔을 두고 천혜야 앞엔 맑은 붉은색이 담긴 유리잔을 내려뒀다. 둘 다 온기가 있는지 하얀 김을 띄웠다. 종업원이 돌아가고 나서 10초 가량 지나서야 천혜야는 잔을 집었다. 


" 그 차, 색은 예쁜데 맛이 미묘하더라. "

" 다섯가지 맛을 내기에 오미자五味子 라고 부른다고 이야기 해 줬던 것 같은데요. "

" 응, 했었지. "


고갤 두어번 끄덕인 테아리스는 제것을 한 모금 마시곤 내려놨다. 에스프레소 잔이 받침과 부딛쳐 잘각였지만 누구도 신경쓰지 않았다. 테아리스의 손이 멈추길 기다리며 차를 홀짝이는 천혜야의 시야에 조심스레 다가오는 여인이 보였다. 쭈뼛이는 게 곤란해 하는 것 처럼 보이자 몸을 돌린 그는 입을 열었다.


" 무슨 일 인가요? "

" 저기.. "


여인은 둘을 번갈아 본 뒤 말을 건 천혜야를 보곤 뭔갈 결심한 듯 주먹까지 쥐고 말했다.


" 혹시 두 분, 연예인.. 아니신가요? "

" 네? "


의외의 물음에 눈을 동그랗게 뜬 천혜야는 웃음소릴 흘리며 고갤 저었다. 


" 아니에요. 잘못 보셨나봐요. "

" 에.. 죄송합니다. "


당황한 여인에게 괜찮다는 뜻으로 손을 휘저은 혜야는 여전히 시선을 주지 않는 테아리스를 보고 있었다. 옆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와 상관 없에 제 일에 매진하던 상대가 눈을 들자 혜야는 그제야 잔을 내려놨다.


" 다 끝났나요? "

" 응, 덕분에. 아까 그 사람은 뭐야? "

" 둘을 연예인으로 봤나봐요. "

" 뭐? "


천혜야의 말에 테아리스는 안경다릴 잡고 고치더니 한껏 웃기 시작했다. 웃음소리가 샐까 입을 막는 모습이 장난치고 난 뒤 결괄르 보는 악동 같았다. 테이블 표변을 손으로 툭 툭 치면서 웃던 테아리스는 몸을 바로하고 안경을 다시 추켜올렸다.


" 와, 이런 이야긴 또 처음이야. 혜야가 너무 멋져서 그런 거 아냐? "

" 비행기 태우지 말아요. 그래봤자 나올 것 도 없고. "


테아리스는 에스프레소를 원샷 한 뒤에 가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패드를 꺼내 잠금을 해제한 뒤 화면을 띄워 혜야에게 내밀었다. 푸른 화면에 흰 색으로 선이 그어진 것을 보니 블루 프린트Blue Print, 청사진 이었다. 패드용 펜을 꺼낸 테아리스의 손은 청사진 곳곳에 표시하고는 목소릴 낮춰 말했다.


" 이 두곳은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곳. VIP는 이쪽과 이쪽에서 출입해. 경계 시작 시간은.. "

" 그렇다면 아예 시간 전에 도착해서 이쪽을.. "


청사진 몇 개를 오가며 설명하는 테아리스와 들으면서 의견을 내는 천혜야의 모습은 다른 테이블에서 보면 중요한 사업 이야기를 하는 것 처럼 보였다. 다른 테이블을 찾는 사람들이 몇 번 바뀔 때 까지 둘은 열띈 토론을 했고 패드 화면의 청사진은 온갖 색으로 덮였다.


" 좋아- 그럼 이렇게 가자. "


바닥을 보이는 찻잔을 들었다 놓은 천혜야는 선그라스를 집으며 입꼬리를 올렸다. 


" 걱정 말아요. 알잖아요? 내 실력. "

" 잘 알지. 그러니까 잘 부탁해. "

ETC/Isis 2017. 10. 31. 19:46

[ISIS] 작은 이시스를 건들면..(with 크리스 고이어)

라스베가스에서 한바탕 소동이 일은 뒤 3일이 지났다. 카이로 지부 내 배정된 숙소에서 꼼짝하지 않던 이시스는 무언가 결심한 요량으로 주먹을 쥐곤 지부장실로 향했다. 노크조차 하지 않고 문을 열어제낀 그네의 시야에 책상에 앉아있는 사내가 들어왔다.


" 왠일이지- 이시스? "


이시스는 대답하지 않곤 성큼 걸어 사내의 뒤에 서서는 씩 웃더니 오른손을 냅다 들어서 풀스윙을 했다. 손과 사내의 뒤통수가 만나 성대한 소리를 냈고 힘껏 친 탓인지 사내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 하고 책상과 강렬하게 인사를 했다.


" 갑자기 무슨 짓..! "

" 아주 성대하게 속였겠다..? "


사내의 눈이 잠시 가늘어지더니 양 손을 내밀며 흔들었다. 이시스는 상대가 그러거나 말거나 제 왼손의 붕대를 잡아 뜯었다.


" 내 이놈의 기지를 읽어서 팔아버려야지..!! "

" 아니, 잠깐. 진정해 이시스. "


자리에서 일어난 사내를 뚫어져라 보던 이시스의 눈에 잠시지만 살의가 어렸다.


" 고의가 아니면 뭔데? 날 설득 해 봐. 실패하면 이 기지의 모든걸 읽어버려서 팔겠어, 크리스-고이어. "


상대의 말이 어떤 의민지 아는 사내- 크리스는 제 의자에 몸을 묻고는 말을 이었다.


" 원래 그럴 생각은 아니었는데.. "

" 아니었는데? 근데? "

" 그.. 오버워치 윗선에서 어쩔 수 없이, 떠맡으라고 넘겨줘서... 명목상으로라도 실적이 있어야 하니까... "


뒷말을 흐리는 크리스를 보며 생긋 웃은 이시스는 나비가 자리잡은 손을 상대의 눈 앞에 쫙 펼쳤다. 화기에 피부가 타서 오그라든 붉은 손이 갑작스레 눈 앞에 등장하자 본능적으로 고갤 뒤로 젓힌 크리스는 왜 그러냐는 듯 상대를 보았다.


" 떙-!! 설득에 실패하셨습니다! "


그 어느때보다 화사한 미소를 지은 이시스는 사무실 바닥에 제 왼손을 가져갔다. 행동의 의미를 아는 크리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말리려고 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실이 끊긴 인형마냥 이시스는 쓰러졌다. 맥을 짚어본 뒤 그는 이시스를 들처 업고 나는듯이 밖으로 향했다.



" ...ㄴ.. 출혈로.... 위험.. "


머리가 깨질 듯 한 두통을 느끼며 이시스는 눈을 떴다. 귓가에 수십마리 벌레가 날개짓하는 소리에 신경질적으로 제 머리를 쓸어 올리며 일어났다. 누가 감은건지 왼손은 처음처럼 붕대가 곱게 감겨있었고 그는 제가 누운 곳을 파악하고는 손목을 보았다. 당연하다는 듯 오른쪽 손등엔 바늘이 꼽혀 있었고 손목엔 시계가 하나 있었다.


" 다행이네. "


손목을 두어번 흔들자 허공에 몇 개의 홀로스크린이 나타났다. 밖에서 목소리가 끊기지 않는동안 수많은 정보를 빠르게 입력한 이시스는 닫혀있던 문이 열리고 익숙한 얼굴의 사내가 들어오자 화사하게 미소를 지었다.


" 하아- Bro? "

" 도대체 뭔 일을 벌인거야. "

" 무슨 일이긴-? "


이시스는 상대에게 사악한 미솔 지으며 제 오른 손목을 흔들었다. 수많은 홀로스크린들이 눈 앞에 떠오르자 크리스의 미간이 미미하게 좁아들었다.


" 이런 일이지. 어때, 멋지지 않아? "

" 너- "

" 내 뒷통수를 치신 대가로 이걸 팔아버릴거야. 이해했어? "

" 쓰러진 이유가.. "

" Bingo- 기지 전체를 읽었거든. 위험 부담도 있긴 하지만, 멋지지? "


상대가 잔뜩 화가 났다는 것을 직감한 크리스는 침대 옆의 의자에 앉으며 제가 가지고 온 것을 간이 테이블에 올렸다. 뭐 하는 거냐는 듯 상대를 보던 이시시는 오른손을 한번 더 흔들자 스크린들이 사라졌다.


" 뭐 하는거야? "


물음에도 답 하지않은 크리스는 올려둔 짐에서 사과를 하나 꺼내들었다. 눈이 동그래진 이시스가 입을 열려하자 그는 챙겨온 과도를 들곤 사과를 깎기 시작했다. 일련의 행동에 어이가 없다는 듯 보던 그의 눈이 가늘어졌다. 토끼 모양으로 깔끔하게 깎인 사과접시를 내밀자 이시스는 상대와 사과를 번갈아 봤다. 약간의 대치가 있자 크리스는 포크로 사과를 집어 상대의 입가에 가져갔다.


" 이런다고 내 화가 풀릴거 같아, Bro? "

" 그건 그거고... 너 아무것도 먹지 않았잖나. "


위로 향한 눈꼬리를 유지한 채 이시스는 크리스의 손에서 포크를 받았다. 잘 깎인 그것을 이리저리 둘러보던 그는 사과를 한 입 깨물었다. 맑은 소리와 함께 달콤한 즙이 나오자 그는 입을 계속 움직였다.


" 이런.. 것으로, 풀리지.. 않을.. 냠.. "

" 다 먹고 말해. "


그 말에 사과에 집중한 이시스의 눈꼬리가 조금씩 아래로 내려오자 크리스는 낮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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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oschron] 그 나름의 할로윈

<매 년 10월의 마지막날엔 신기한 일이 벌어지곤 했다고.. >


아직 임무를 받기에 적합치 않다는 의사의 판단 하에 재활훈련을 빙자한 혹사를 마친 에스쿠로는 훈련실에 딸린 샤워실에 있었다. 뿌연 김이 서린 거울엔 흐릿한 인영만 존재했다. 막 샤워실을 나가려던 그는 등을 스치는 서늘함에 고갤 돌렸다. 허나 그의 눈에 비친것은 빈 샤워실과 아직 습기가 가시지 않은 거울 뿐 이었다. 고개를 모로 기울였던 에스쿠로는 제 짐을 가지곤 숙소로 향했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수증기가 가라 앉았을 때, 붉은빛의 형체가 거울에 비쳤다 사라졌다.




음료수나 마실 요량으로 휴게실로 향한 에스쿠로는 사람이 모인 것을 보곤 다가갔다. 해골 인형이나 어디서 가져왔을지 모를 줄로 거미줄을 연출하고 군데군데 티 라이트가 켜져 기괴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가운데 꾸미는 것을 주도하던 이가 뒤로 돌았다.


" 이게 다 뭔가? "

" 응-? 아하, 몰라? 오늘 10월 31일이잖아. "


상대의 질문에 날짜를 답한 이는 기묘한 화장을 하고 있었다. 머리모양새는 물론이고 옷 역시 작업복이 아닌 달라붙는 전신 타이즈에 이런저런 모양이 그려져 있었다. 물끄러미 상대를 보던 그가 모르는 것 같자 상대는 제 머리를 짚고 과장된 움직임을 보였다.


" 이럴수가! 요즘 세상에 할로윈을 모르는 이가 있다니 충격이야! "

" 할로윈? "

" 산 자와 죽은자의 세계가 가장 가까워 지고 경계가 희미해져 죽은 자가 친인 곁으로 돌아온다는 날이지. 멕시코의 죽음의 날 DÍA DE MUERTOS 전야기도 하고. "

" 흠, 그렇군. "

" 아이들이 코스튬을 입고 사탕이나 과자 같은 간식을 구걸하러 다니기도 해. Trick or Treat! 하면서 말이지. 혹은 이렇게 꾸미고 파티를 하지. "

" 그래서 지금 그 모습과.. "


에스쿠로는 꾸며진 곳을 턱짓했다.


" 이것은 그 날을 즐기는 방법인가? "

" 그런 셈이지! "


옛날 만화영화에서나 볼 법한 고깔모자를 내미는 YT의 손을 보던 에스쿠로가 휴게실을 빠져 나가자 뒤이어 볼멘 소리가 이어졌다. 물론 소리의 주역은 YT였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에스쿠로는 희끗한 것을 본 것 같다며 걸음을 멈췄다. 그가 서 있는 곳은 창이 있는 복도. 해가 진 아티라우 기지 밖은 몇몇 불빛을 제외하곤 어둠 뿐 이었다. 창에 비친 저를 바라보던 그는 복도로 시선을 돌렸고 명확한 형체 하나를 볼 수 있었다.


" 누가 있나? "


대답이 없자 그는 다가가 보기로 하곤 움직였고 상대 역시 거리를 두었다. 간극이 전혀 좁혀지지 않자 에스쿠로는 어깰 한 번 으쓱 인 뒤 신경을 끄고 숙소를 향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걸음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 뭔가, 이건. "


기지 복도를 인식하고 있던 시야에 들어온 희뿌연 형체들이 그를 감쌌다. 눈을 깜빡이고 오른쪽의 의안의 기능을 활성화 해 봤지만 형체들에 대한 정보는 나오지 않았다. 기능을 끄고 시선을 맞추자 연기 같던 그것들은 하나씩 온전한 사람의 모양새를 갖췄다. 그는 자신이 판단할 수 있는 가장 납득할 만한 답을 내었다.


" 누가 홀로그램이라도 깔아 둔 건가. 장난이 지나치군. "


「 죽은자가 잠시 돌아오는 날 이라지, 에스쿠로. 」


형체들 중 하나가 입을 열자 그의 입은 닫혔다. 다양한 외모, 나이대를 가진 형체들은 각자 입을 열었다.


「 잘 지내서 다행이군. 」

「 오랜만이야! 」


한쪽 뺨을 두드려본 그는 꿈은 아니라 생각한 뒤 작금의 상황을 판단 해 보기로 했다.


1. 이전처럼 '뇌파'를 조정해 현실같은 환상을 보던가

2. 부상의 여파로 헛것이 보이던가

3. (믿기는 힘들지만) 죽었던 이들이 제 눈 앞에 돌아왔던가


그가 기억하기로 아티라우 기지 내 별 다른 것이 있다는 건 모르기에 1번은 기각, 2번 역시 헛것을 본다기엔 너무 생생했다. 얼굴을 쓸어내린 그는 앞의 형체들을 보며 중얼거렸다.


" 그러니까... 이게 지금 꿈은 아니란 이야기군. "

「 꿈이라기에 너무 생생하지 않나. 」

" 그렇지. "

「 깜짝 이벤트라고 생각 해! 그나저나 많이 컸다? 」


그에게 많이 컸다고 한 인영은 소년병 시절의 친우였다. 죽은 자가 돌아온다는 날 이라며 웃은 이는 이름을 준 조교였고, 저와 같이 문신을 했던 군 동료에 드물게 친하게 지냈던 상관도 있었다. 그의 기억에서 서슴없이 '친구' 라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이미 스러진 자들이었다. 눈가를 손으로 덮은 채 낮게 웃던 에스쿠로는 손을 치우며 말했다.


" 그래, 시간이 지났지. 살아있는 이상 변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나. "

「 그거면 되었다. 」

「 넌 이쪽에 빨리 오지 말아라. 최대한 느지막이 오라고. 」

「 놀고 싶지만- 그래도 날 기억해줘서 고마워! 」

「 네가 하고 싶은 대로 살아보라고. 넌 그때나 지금이나 딱딱하다니까. 」


할 말을 다 했는지 인영들은 사라졌고 그는 평소와 같을 기지 복도에 서 있었다. 그들이 있던 곳을 보던 에스쿠로는 낮은 한숨과 함께 멈춘 발을 움직였다.


" 죽은 자가 돌아온 날... 이란 말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