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C/Isis 2019. 11. 16. 01:43

@카*님이 그려주신 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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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C/Eoschron 2019. 11. 16. 01:15

[Eoschron x Isis] 우연의 장난 -5

"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좀 아니에요, 아저씨. "
" 뭐가 말인가. "

침대에 걸터앉아 서류를 읽던 에스쿠로는 안경을 추켜 올렸다. 문을 등진 이시스에게 시선을 두다 서류를 보는 동안 잠시간의 침묵이 이어졌고 이시스는 제 모자를 손에 들곤 검지 손가락에 걸어 돌렸다. 

" 그렇잖아요. 앞뒤 없이 몇십년만에 본 사람한테 대뜸 딸 하라고 하면 네, 그렇겠습니다 할 사람이 얼마나 있어요? "
" 넌 그렇겠다고 대답했지. "
" 그게 대답이에요? 아저씨가 내 말을 귓등으로 안 듣는것 때문에 이어진 말이죠. "

역시나 원하는 반응이 없자 에스쿠로에게 제 모자를 던진 이시스는 팔짱을 꼈다. 짐짓 화난 듯 하자 모자를 받아 든 에스쿠로는 고갤 들었다. 

" 아저씨가 이야기 한 보호막, 필요 없다는건 본인이 잘 아실텐데요. 혼자서 살아남은게 벌써 20여년이에요. 보호막이란건 아저씨랑 처음 만났던 시절에나 필요해요. "

그 때 도와주지 그랬냐며 툴툴거리는 말에 모잘 옆에 내려둔 에스쿠로는 서류를 읽었고 머릴 짚은 이시스는 말이 안 통한다며 밖으로 나섰다. 나가자 마자 모자를 가지러 들어온 이시스가 부러 크게 닫는 문 소리가 울릴 때 고개를 든 에스쿠로는 읽던 서류를 넣어 봉한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때 맞춰 울리는 전화벨. 기다리던 전화인 듯 바로 받은 그는 지금 가고 있다고 답하며 방을 나섰다.



" 못 보던 새에 스타일이 바뀐겁니까? "
" 별 것 아닐세. 이 서류나 잘 처리하게. "

서류봉투를 받은 이는 봉인을 보다 가방에 넣는걸 보며 일어선 에스쿠로가 몸을 돌리자 상대는 입꼬릴 올리며 물었다.

" 결과는 언제나처럼 우편함에 넣어 드리겠습니다. "
" 그래. "

답을 한 에스쿠로는 저를 쫓는 시선이 있음에도 밖으로 나섰다. 뒷모습을 쫓던 상대는 낮은 웃음소리와 함께 전화를 하며 계산서 아래에 얼마간의 돈을 껴 뒀다. 그가 전화를 끊자 뒤에서 나타난것은 중절모를 쓴 여인. 하얀 붕대를 꼼꼼히 감은 손이 제 턱을 감싸자 그는 어깰 한 번 으쓱였다.

" 이렇게 나타나시지 말라고 몇 번을 이야기해야 알아들을겁니까, 페넷. "
" 옛 이름으로 부르는거야? 나는 싫지 않지만- "

순간 사내의 목엔 시퍼런 날이 다가왔다. 안개가 흘러가듯 물결무늬가 독특한 것은 다마스쿠스강으로 만든 가늘고 얇은 무기였다.

" 내 손은 싫어할텐데. "
" 진정하시죠, 에디야 시그도라. 일단 앉는게 어떻습니까? "
" 당신이 내는거겠지, 니그럼? "

고갤 끄덕이는 상대, 니그럼의 행동에 이시스는 방금 전 까지 에스쿠로가 있던 소파에 앉았다. 사람 좋아보이는 미소를 띄고 있지만 형형한 안광은 수 틀리면 뒷일을 책임지지 못한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 그래서, 뭐 때문에 오셨습니까? "
" 아저씨가 맡긴 일이 뭐야? "

잠시지만 여유로운 미소가 사라지자 이시스의 몸이 앞으로 기울었다. 몸짓의 뜻을 아는 니그럼은 자리에서 일어나 가방을 챙기며 말했다.

" 아시잖습니까, 이런 일은 비밀 엄수라는거. "
" 어머, 충직하신 분이야. 그러다 쥐도 새도 모르게 숨이 가라앉을텐데. "
" 그래도 안됩니다. 시그도라씨가 이야기 하는 아저씨가 어떤진 본인이 잘 아시잖습니까? "

협박도 회유도 먹히지 않자 혀를 찬 이시스는 차는 됐다며 냉큼 자리를 벗어났다. 아마 저보다 먼저 와서 나간이를 쫓는 듯 싶었다. 한바탕 폭풍이 몰아친 느낌에 니그럼은 옷깃을 바로한 뒤 웃음소릴 흘리며 사라졌다.

-

에스쿠로를 쫓던 이시스는 갑작스런 통신에 발을 멈췄다. 그건 저만치 앞서 걷던 에스쿠로도 마찬가지였다. 통신회선에서는 평소의 오퍼레이터 목소리가 아닌 노이즈만 가득해 둘의 얼굴엔 의아함이 떠올랐다. 정확히 이야기 하면 약간의 귀찮음이 섞여있는 표정이었다. 어깰 늘어뜨린 이시스는 휴대전화를 들었다.

" 여보세요, 또 채널 열어뒀지! 아 귀찮아진다고 몇 번을 이야기 해야해! 미끼는 무슨, 퍽이나 필요하겠다! "

크기는 작지만 불만이 가득한 목소리에 수화기 너머로 향하자 반대편에선 낮은 웃음소리가 전해지자 이시스는 다시 한 번 소릴 지르곤 전활 끊어버렸다. 그 소리가 워낙 컸던 탓에 앞서가던 에스쿠로가 되돌아왔다.

" 여긴 무슨 일인가, 이시스. "
" 앗, 아저씨! 무슨 일 이긴요. "

자신이 미행 한 것을 웃으면서 밝힌 이시스는 환히 웃어보였다. 머릴 짚고 고갤 흔든 에스쿠로는 앞장 서 기지로 향했다. 빠르게 옆에 붙은 이시스는 은근슬쩍 팔장을 끼며 물었다.

" 그래서, 뭘 맡긴거에요 아저씨? 살짝 알려줘요. "
" 네가 알 것 없는거다. "
" 에헤이- 귀뜸 줄 수도 있잖아요. "
" 너와 상관이 없는 것 까지 알려야 하나? "
" 궁금하니까요. "
" 신경 쓰지 말아라. "
" 그럼 기지쪽 일 이에요? "

스무고개를 하듯 계속된 질문에 지겨울 법도 했지만 에스쿠로는 꼬박꼬박 답을 해 주고 있었다. 기지에 도착할 때 까지 계속 된 질답은 안에 들어서서도 끊기지 않았다. 결국 두손 든 이시스는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 정말- 너무하잖아요. 스리슬쩍 알려주면 안되나요 아저씨? "
" 네가 알만한게 아니라고 이야기 했다, 이시스. "

에스쿠로는 이시스의 볼멘소리를 배경음 삼아 지부장실에 들어갔다.

" 그래서- 이곳 북동쪽에 있는 곳에서 대기해라, 이거구만? "
" 관련해서 자료는 이미 다 공유했으니까 제대로 위치해, 이시스. "
" 네이네이, 알겠습니다 지부장님. "

비꼬는 투지만 분명한 확인에 지부장은 고갤 끄덕였다. 장난스럽지만 할 때는 제대로 하니까 걱정할 필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을까. 지부장은 이시스를 향한 시선을 에스쿠로에게 돌렸다.

" 에스쿠로 ㅅ... 아니 에스쿠로 요원은 포인트를 알려 드릴테니 정찰 후 보고를 요청합니다. 총기류를 좋아하지 않으시는건 알겠지만 믿을만한 요원이 없어서 말입니다. "
" 알겠다. "
" 에? 아저씨 총도 써요? "
" 그럼 먼저 출발하겠다. 이후 통신을 연결하도록. "
" 이봐 아저씨!! "

물어보는 답은 완벽하게 무시한 채 나가버린 에스쿠로의 뒤에서 버럭버럭 소릴 지르는 이시스를 한심하다는 듯 보던 지부정은 뭔가 생각났다는 듯 손가락을 튕겼다.

" 그러고 보니 전할 말이 있었는데 먼저 나가셨군. 이시스, 나중에 선배님이랑 이야기 하게 되면 달로메 선배님께서 이번 작전 끝날때 쯤 오실거라고 전해줘. "
" 헤-? 그 아저씨 동생이라는 사람 말야? "
" 너한텐 대선배님이니까 앞에선 행동 조심하고. 선배님이 아니라 삼촌이려나? "
" 아악! 아악! 아악!! 그만해! "

귀를 막곤 소리지르는 행동에 낮은 웃음을 흘리던 크리스는 이만 가 보라며 축객령을 내렸다. 툴툴 거리며 밖으로 향한 이시스는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무시한 채 주저앉아 귀를 막더니 벌떡 일어나면서 단말마 같을 소릴 뱉었다.

" 이게 다 아저씨 때문이야! "

그 때, 보급 저격소총을 받아 정비하던 에스쿠로는 왠지 귀가 간지러워졌다고 한다.

ETC/Eoschron 2018. 8. 29. 23:27

[Eoschron x Isis ] 우연의 장난 -4



" 완전히 망가졌습니다만, 이거. "

" 얼마나 걸리나. "

" 의안을 준비하는데 일주일, 이식 후 안정화까지 최소 3주 잡으면... 못해도 한 달은 걸릴겁니다. "


에스쿠로의 재촉에 의료반은 고갤 저었다. 오버워치지만 옛날처럼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상황은 아닌데다가 카이로지부는 상부에게 '버리는 패' 격이라 타 지부에 비해 지원의 폭이 적었다. 그런 와중에 단순한 시야확보 뿐 아닌 추가기능이 들어간 의안을 빠르게 받기란 쉽지 않았다. 어쩔 수 없다는 것에 어쨌든 빨리 부탁한다며 의무실을 나가던 에스쿠로는 막 돌아온 이시스와 마주쳤다.


" 한쪽 눈 가리니까 더 무서워보이네요, 아저씨. 조직폭력배라 해도 믿겠어요. "

" 실없는 소릴. "

" 진짜라니까요? "


여기저기 검댕을 묻혀 온 이시스는 안대를 한 에스쿠로 주변을 한 바퀴 돌았다. 원하던 반응이 없자 한숨을 쉰 그는 상대의 손을 잡아 끌며 사령관실로 향했다.


" 소득은 있었나? "

" 와- 진짜. 아저씨 현역 때 아니거든요? 좀 있으면 60 되시는 양반이 몸 좀 사리라구요, 정말. "


사령관과 마주할 때 까지 투덜거리던 이시스는 에스쿠로와 안에 들어서서는 너스레를 떨었다. 자신도 습격을 받았지만 무사히 몸을 뺐다는 이야기와 함께 위치 추적장치를 붙였는데 30분도 되지 않아 신호가 꺼졌다는 것 까지. 사령관은 이집트 전역이 그려진 지도를 띄웠다. 이시스는 지도를 유심히 보더니 조금은 외각에 위치한 마을을 짚었다.


" 신호는 이 마을로 가는 중간에 끊겼어. 마을도 작고 숨을 곳도 적고... 습격자들 규모는 크지 않다는게 내 생각. "

" 흠. "

" 근처 지반도 단단해서 땅굴까지 파긴 요원할거야. 그런 흔적도 없고- 위성지도나 다른 걸 살펴봐도 특이점은 글쎄? 옴닉이 대다수인걸로 봐서 '사람'은 비교적 적겠지. 크게 움직이지 않아도? "

" 작전을 지시하는건 내 역할이야, 이시스. "

" 의견일 뿐 이야 의견. "


사령관실은 한동안 침묵에 잠겼다. 팔짱을 낀 채 생각에 잠겼던 사령관은 내일 다시 부르겠다며 둘을 물렸다. 사령관실에서 나온 이시스는 고갤 젓더니 힐끔 옆을 보았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을 얼굴에 덥석 손목을 잡고는 휴게실로 끌었다.


" 뭐냐. "

" 숙소 가 봤자 주무시지 않으실테니 이야기나 하시죠. "

" 나도 할 말이 있다만. "

" 좋네요. 그럼 가시죠? "


이시스는 끌고가는 느낌으로 에스쿠로를 휴게실에 데려갔다. 내부엔 몇몇 요원들이 모여 이야길 나누고 사령관이 음료수를 뽑으려는 듯 자판기 앞에 있었다. 눈짓으로 인사 한 이시스는 에스쿠로를 앉혀두곤 커피 두 캔을 뽑았다.


" 이거 마셔요. "

" 고맙군. "


캔을 따 홀짝이던 이시스는 아무 감흥없어 보이는 상대를 보며 한숨을 쉬곤 입을 열었다.


" 무슨 생각으로 가볍게 돌아다니던 거에요? "

" 뭐가. "

" 아니, 분명 미행이 있고 습격도 있다는걸 아는 양반이 달랑 칼 한자루 들고 쫄래쫄래 다니면 위험할거라 생각은 안 했어요? 부러 습격을 유도했다 하기엔 방비가 너무 허술하잖아요. 목숨이 둘이라면 모를까, 거기다 현역시절도 아닌데 몸은 왜 그렇게 험하게 굴려요. 아저씨 지금 나이가 58이에요 58. 연세를 생각해야죠. "


입이 아플정도로 쉬지 않고 말을 뱉던 이시스는 에스쿠로를 보며 미간을 좁혔다. 이정도면 뭔가 반응을 하리라 생각했는데 상대는 천천히 커피를 마실 뿐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고 있었다. 커피를 원샷 한 그는 쓰레기통에 캔을 던져 넣고는 머리를 감쌌다.


" 에효. 나 혼자 열내봤자네요. "


주의를 집중 시키는 듯 소리내며 캔을 내려놓은 에스쿠로는 그런 이시스를 보더니 입을 열었다.


" 이시스. "

" 왜요, 아저씨. "

" ... 너, 내 딸해라. "

" 네이네..... 에? "


당연하다는 듯 답을 하려던 이시스는 놀란 표정으로 에스쿠로를 봤다. 근처에서 음료를 마시려던 사령관-크리스는 마시던 음료를 놀라서 뿜곤 기침을 해댔다. 서로 이야기하던 이들은 뭔 일인가 싶어 둘을 보고 있었다. 잠시 가출한 정신을 추스른 이시스는 고갤 앞으로 빼며 되물었다.


" 아저씨, 지금 뭐라고 한... 아니, 아직 60도 되지 않은 양반이 헛소리 하는거 아네요. "

" 헛소리 아니다. 이성적 판단을 통한 결론이야. 너한텐 보호막이 필요해. "

" ... 아니 왜 그렇게 되는데!! "


버럭 소리지르며 일어난 이시스를 무덤덤하게 보던 에스쿠로는 커피 잘 마셨다며 캔을 버리곤 제 숙소로 향했다. 휴게실에서 굳어있던 이시스는 제자리에 쓰러지듯 앉아선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ETC/Eoschron 2018. 7. 18. 12:00

[Eoschron x Isis ] 우연의 장난 -3

" 변함이 없군, 이곳은. "

" 뭐- 예전에 쓰던 기지를 개조한 것 뿐이니까요. 쓸모 없는 지출은 하지 않는 거에요. "


아이에게 가르치는 듯 대꾸한 이시스에게 한숨으로 답한 에스쿠로는 안을 둘러보았다. 긴 시간 사용하지 않은 것 치고는 먼지도 적었다. 방을 구석구석 살핀 에스쿠로는 문을 닫고 걸음을 옮겼다. 그의 옆엔 당연하다는 듯 이시스가 따라붙었다.


" 언제부터 올 거에요? 여기. "

" 일주일 정도 뒤가 되겠지. "

" 그 동안 주변 정리하고- 아, 집은 어쩔 거에요? 꽤 비싸던데. "

" 그대로 둘 생각이다. "

" 아깝다- 내가 사려고 했는데. "


어이 없다는 시선에 크게 웃으며 사령관실 문을 여는 이시스의 행동에 에스쿠로는 다시금 한숨을 뱉었다. 턱을 괴곤 생각하던 사령관은 들어오는 사람들을 반겼다. 요원 등록과 관련된 일정을 조율하고 기지에서 나오니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었다.


" 뭔 일 있으면 전화해요, 아저씨. "

" 그래. "

 

손을 흔들어 배웅하는 이시스에게 고갤 끄덕인 에스쿠로는 차를 몰고 떠났다. 먼지가 날리는 모습을 보던 이시스는 고갤 모로 기울였다. 


.

.

.


고속도로를 통해 알 마타르로 향하던 에스쿠로는 미묘한 느낌에 룸 미러를 수시로 확인했다. 차를 잠시 세울 수 있을 공간에 주차하고선 휴대전화를 들었다. 차에서 내려 조수석으로 걸으며 멀쩡할 차의 보닛을 열어 살폈다. 


쾅-


보닛을 거칠게 닫은 그는 숨을 돌리는 척 하며 주변을 둘러보다 붉은빛을 발견했다. 레이저 포인터 같은 것은 3초간 깜빡이곤 사라졌고 그는 미간을 좁히며 차에 올랐다.


' 분명 감시가 있군. '


핸들에 손을 얹은 그는 지긋이 액셀을 밟았다.


에스쿠로는 출입구에서 지문 인증을 하곤 발을 옮겼다. 건물은 특이하게 옴닉 출입 금지구역이었고 외부로 향한 출입구엔 특수한 EMP 장치가 존재했으니 아침의 습격자나 오는 길의 감시자들이 들어오기란 쉽지 않았다. 8년 전 모아둔 돈의 60% 이상을 쏟은 게 도움이 된다는 실없는 생각을 하며 에스쿠로는 엘리베이터를 탔다.


집에 들어와 처음 한 일은 장비를 벗어 보관함에 넣는 것. 곳곳에 세월의 흔적이 있는 보관함을 물끄러미 보던 그는 고갤 한 번 젓고는 움직였다. 장식장에 있던 테이블용 사진 액자 몇 개, 옷과 도구들, 평소에 쓰던 전자기기와 중요한 문서들은 가져갈 가방과 정리용 박스에 담고 냉장고를 열어 상황을 확인한다던가 올 물건은 없는지, 공과금 처리에 관해서 확인하니 시간은 자정을 훌쩍 넘었다.


" 일단은 자고. "


시간을 확인한 그는 잠자리에 들기 위해 침실로 향했다.



날이 밝자 에스쿠로는 사복을 입으면서 핀 버튼을 몇 개를 주머니에 넣고 홀스터에 컴뱃 나이프를 넣었다. 사복을 입고 장비를 착용하면 관공서에 출입하기 힘들기 때문에 무장을 최소한으로 줄인 것 이다. 다행인지 아웃도어용 또는 호신용으로 나이프를 소지한 이도 많고 주변을 지키는 경찰이나 군인들도 나이프는 흔히 착용하고 있어 크게 눈에 띄는 차림은 아니었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직접 찾아가 처리하는 것은 감시자들의 움직임을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예상이 맞다면 CCTV나 군경이 많은 곳에선 나타나지 않을 것이고 사람의 왕래가 적고 CCTV등이 없는 곳에서 모습을 드러 낼 것이다. 일을 다 보고 집과 가까울 시장으로 향하며 골목으로 들어서자 습격했던 옴닉과 비슷하나 조금은 다를 3대가 길을 막았다. 몸을 돌려 대로변으로 가려던 그는 퇴로가 막히자 한숨을 뱉었다.


" 요즘 한숨을 많이 쉬는군. "


살의가 최고치를 찍자 에스쿠로는 나이프를 꺼냈다. 옴닉의 총알세례를 부착한 핀 버튼으로 튕겨내고 총구 부분을 찍어 스파크를 튀게 만든 뒤 케이블을 베려 하자 위에서 그림자가 졌다. 옆으로 피하자 옴닉의 칼이 땅을 갈랐고 아직 방어력이 남은 핀 버튼으로 공격을 빗겨내고 턱을 차 올린 에스쿠로는 몸을 피해 옴닉끼리 충돌하게 만들었다. 장비가 여의치 않아 선공을 최대한 자제하고 저들끼리 자멸하게 만들 생각이던 그는 레이저가 옆으로 지나가자 생각을 바꿨다. 


' 먼저 친다! '


퇴로를 막은 옴닉에게 달려든 에스쿠로는 두 개의 핀버튼으로 방어벽 범위를 겹쳐 레이저를 막고 옴닉의 어깨에 올라타 목과 이어지는 틈에 칼을 꽂았다. 내려 찍은덕에 중추 데이터 전송로-인간으로 치면 척수-를 망가뜨렸고 옴닉은 덜커덕거리다 전원이 꺼졌다. 칼을 회수하기 전 콩 볶는 소리가 나자 전원이 꺼진 옴닉을 방패 삼았는데 공격이 무산되자 옴닉은 몸을 무기 삼아 전속력으로 돌진했다. 밀리는 힘에 부상당할 수 있기에 옆으로 피한 에스쿠로는 바닥에 쓰러져 허우적거리는 옴닉의 전원을 찾아 부수고 저를 분석하던 옴닉의 폭탄을 피했다. 산탄형태는 아니지만 국소 EMP 필드에 착용했던 핀 버튼의 방어벽이 사라졌고 오른쪽 시야가 흔들리자 약간의 빈틈에 공격이 들어왔다. 핀 버튼을 사용할 틈도 없을 공격을 순전히 경험으로 피한뒤 폭탄을 던진 옴닉에게 달렸다. 장전하는 옴닉의 포구 미끄러지듯 피한 그는 전력을 다해 옴닉의 등에 드롭킥을 먹였고 생각보다 가벼운 옴닉은 고꾸라졌다. 발사 직전 바닥과 부딪친 그것은 자폭했고 에스쿠로는 그대로 날려가 벽에 부딪쳤다. 


온 몸을 울리는 충격에도 정신을 유지하던 그에게 마지막 옴닉이 다가왔다. 옴닉의 공격범위에서 한 발자국 벗어난 그는 어깨로 들이받은 뒤  휘청인 틈을 타 한발자국 더 전진했다. 충격을 받은 상태에서 밀린 옴닉이 뒤로 넘어가자 위에 올라타 전원 케이블을 뜯었다. 장갑 덕분에 감전되진 않았지만 파직거리는 것에 눈살을 찌푸린 그는 옴닉의 완전한 무력화를 확인하곤 주저앉았다. 땀을 훔치며 옴닉을 관찰하던 에스쿠로의 눈에 익숙한 글자가 들어왔다. 문장을 모두 읽은 에스쿠로는 회수하지 못한 나이프를 챙겨 판을 뜯었다. 금속성이 요란한 가운데 조각을 챙긴 그는 골목 밖으로 향했다.




[무슨 일 있었어요? 꼴이 왜 그래요.]


통신패널의 얼굴이 놀란 표정을 짓자 에스쿠로는 낮에 있던 습격에서 회수한 금속조각을 화면에 비췄다. 이시스의 눈이 샐쭉해지자 그는 등받이에 기대며 말을 이었다.


" 좀 막무가내더군. 한 발자국만 나가면 사람들이 다니는 골목에서 습격 할 줄은 몰랐다. "

[몸은 괜찮아요?]

" 소규모 EMP떄문에 의안이 망가진 것 말곤 괜찮아. "


이시스는 어이없다는 듯 상대를 보더니 발끈했다.


[전혀 괜찮지 않잖아요!]

" 돌아가서 확인하면 될 거고, 이놈들 처리가 먼저다. "

[본인 상황을 축소하는 거 아니에요! 아프면 아프다 불편하면 불편하다 말을 해야죠! ㄱ..]

" 일주일 정도 후에 들어갈 생각이었지만 마음이 바뀌었다. 지금 복귀한다. "

[그러니까-]

" 기지에서 보지. "


일방적으로 통신을 끊은 그는 계속해서 들어오는 통신 요청에 기기의 전원을 껐다. 사위가 조용해지자 마음에 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에스쿠로는 금속조각을 보더니 품 안에 넣고 나갈 채비를 했다. 


기지에 도착한 그를 반기는 건 웃는 이시스였다. 통신에서 화낸 것 보다 괜찮아 보이자 에스쿠로는 품에 넣어둔 금속조각을 건넸다. 손가락 사이에 끼어 이리저리 살피던 이시스는 주머니에 금속조각을 넣은 뒤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팔짱을 꼈다. 짐을 내리고 가려던 에스쿠로의 뒤를 따르며 잔소리를 시작한 이시스건만 에스쿠로는 1도 반응하지 않았다. 숙소에 짐을 던져 넣을 때 까지 이어진 잔소리는 그가 문을 닫고 똑바로 바라볼 때 까지 계속되었다.


" 왜 그래요? "

" 입은 안 아픈가. "

" 아프죠, 듣지도 않는 잔소리를 해야 하니까. 사령관한테 보고 할거죠? 같이 가요. 직접 겪으신 분이 이야기하면 더욱 현장감 있겠죠. "


웃는 낯이지만 훤히 드러나는 가시에 에스쿠로는 그러마 하고 앞장 설 뿐이다. 


" 처음 만났을 때라 생각 하는거야 뭐야. "


이시스의 한탄은 덤 이었다.



사령관실 테이블 가운데엔 예의 금속조각이 있었다. 툴툴거리는 이시스와 평온해 보이는 사령관 무덤덤한 에스쿠로는 그것을 볼 뿐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 의심대상은 확실하지만 그들이 직접 일을 벌인 건 아닐 겁니다. 그렇다고 하기엔 너무- "

" 허술하고 소수야. 이쪽의 인물 정보도 제대로 파악 하지 않았고 전술조차 없었다. "

" 꼬리를 잡아야 한다, 이거네. "


이시스이 말이 끝나자 사령관은 그를 빤히 바라봤다. 시선의 의미가 뭔지 알아챈 이시스는 고갤 저으며 투덜거렸다.


" 알겠어 알겠다고. 나가면 돼? "

" 응. 열심히 끌어내봐. 본거지까지 안다면 금상첨화지. "

" 진짜, 너무 심하게 부려먹는다니까. "


이시스는 손을 휘저으며 사령관실을 나갔다. 닫힌 문을 보던 에스쿠로는 사령관의 부름에 고갤 돌렸다. 


" 의료팀에 가서 검진 한 번 받으셔야죠. 의안도 확인하시고. "

" … "

" 본격적으로 활동도 안 하셨는데 부상 입으신 채면 이쪽이 불편합니다. "

" 바로 가지, 사령관. "

" 예. "


사령관실 문이 다시금 닫히자 매튜는 턱을 괴곤 금속조각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2018. 5. 20. 12:42

[에스쿠로x이시스] 우연의 장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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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C/Eoschron 2018. 4. 18. 00:31

[Eoschron x Isis ] 우연의 장난 -1

* 에스쿠로 x 이시스의 크로스 오버

** 시점은 이시스가 활동하는 2078년. 에스쿠로는 은퇴 후 이집트 카이로에서 조용히 살고 있다는 설정

*** 당시 나이 이시스 36, 에스쿠로 58





[오버워치 카이로 지부]에 소속된 [요원]이긴 해도 [사령관] 나으리 께서 일거리를 가져오지 않는 한 자유로웠다. 외부에서 들어 온 인원이고 개인적인 사업을 운영하는 처지라 다른 요원들보다 제약이 적었기에 종종 '외출'을 감행했다. 짧게는 몇 시간에서 길게는 몇 주까지 이어지는 외출.


오늘은 2~3일 정도로 잡고 카이로 내 가장 좋은 호텔의 중간 급 객실을 예약 한 참이다. 새로운 거래를 위해 로비에서 손님을 보기로 한 걸 제외하면 시간은 지루할 정도로 남았다. 문득 길거리 음식이 먹고 싶어져서 손님을 본 뒤 시장으로 가기로 마음 먹곤 지갑과 카드, 그리고 호텔 키를 챙겨 들었다.


" 좋습니다. 그렇다면… "

" 언제나처럼 부탁하겠습니다, 시그도라씨. "

" 그래요. "


이슬람 특유의 복장을 한 남성은 웃으며 고갤 끄덕이고는 계약서를 비서에게 넘겼다. 영업용 미소를 보이며 서류들을 챙겨 객실로 들어가 특수 제작한 서류가방에 계약서를 넣어 잠슨 뒤 들어왔던 그대로 나갔다.


점심시간은 한참 지났고 저녁 장 보기엔 이른 시간이니 사람이 적어 쾌적했다. 적당히 낀 구름 덕에 따가운 햇볕은 자취를 감춰 걷기에 안성맞춤인 날씨다. 콧노랠 흘리며 시장으로 향하던 와중 건너편 신문 가판대가 눈에 들어왔다. 신문을 사고 시장을 돌아다니면서 먹을 걸 구입한 뒤 들어가는 편이 좋겠다 싶어 건너려는데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 어? "


눈 앞에 지나간 인영 때문이었다. 낯설지 않은 붉은 곱슬머리에 크다고 생각하기 힘들 키와 옆모습만 봐도 험상궂은 저 사람은-


" 아저씨잖아? "


소릴 뱉고는 입을 막아버렸다. 착각했나 하고 다시 봤지만 역시 그 사람이었다. 오버워치에 스카우트 된 후 임무에 나가면 항시 붙어 다니던 사람. 어리다고 무시하거나 이것저것 말 시키는 요원들 보다 믿음직스럽고 동생처럼 대해주던 이였다. 땅에 달라붙었던 발은 저절로 뒤를 쫓기 시작했다.


그런데 마주치면 뭐라고 이야기 하지? 날 기억하고 있을까? 온갖 상념을 하면서 따라가니 왠 골목으로 향하길래 쫓아 들어갔는데 아무데도 없었다. 추적엔 일가견 있다 생각했는데 놓쳤나 싶어 둘러보던 와중 고갯짓을 멈췄다.


" 가판대에서부터 따라오던데. 용건이라도 있나. "


목에서 느껴지는 서늘함과 함께 들린 목소리는 기억과 변함이 없어 자연스레 웃음이 흘렀다.


" 나 몰라요, 아저씨? 왜 오버워치에 스카우트를 빙자한 납치를 당했던 파란머리 꼬마 말이에요. "


잠시간의 침묵 후 날붙이는 자취를 감췄다. 발자국 소리가 나고 기척이 조금 멀어진 뒤에 몸을 돌리니 미미하게 상대의 입 꼬리가 올라간 것이 보인다. 미미한 변화지만 저건 즐거워하는것이 맞을 것이다.


" 못 알아보겠군, 오랜만이다 미엘라. "

" 전 변장의 명수거든요. 그리고 '에디야' 라고 불러주세요. 지금은 에디야 시그도라 라는 이름을 쓰고 있어요. "

" 이름이 그것 뿐은 아니겠지. "

" 정확해요! 여기서 이러지 말고 카페라도 가는 게 어때요? "


동의의 표시로 고갤 짧게 끄덕인 것을 확인하곤 앞서 걸었다. 그때는 항상 아저씨가 앞에 서고 내가 뒤를 따랐는데 이젠 반대의 형상이다. 어깨가 솟는 듯 한 즐거움을 억누르며 근처 카페로 움직였다.




" 어쩌다 카이로에 온 건가. "


컵 안의 얼음을 휘젓는데 치고 들어오는 물음은 가볍지 않았다. '그 때'를 생각하니 절로 어이가 없어 입 꼬리가 올라가고 만다.


" 이곳 오버워치 지부에 소속되어 있어요. "


아아, 아저씨의 미간이 바로 좁아진다. 순한 인상도 아닌 사람이 저러니 더욱 무서워서 시선을 컵에 두곤 말을 이었다.


" 이번엔 그때처럼 납치- 는 아니에요. 오빠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통수를 쳐서. "

" 사기군. "

" 맞아요. 제대로 사길 쳤어요. "


그간 일을 짧게 요약해서 전달하면서 나도 모르게 아저씨의 눈치를 봤다. 미간이 덜 펴진 것으로 보아 이야기가 썩 유쾌하진 않은 듯 싶다. 손에 들린 잔이 테이블에 놓이고도 한참 침묵이 자리잡았다.


" 지금이야 그 부분을 쥐고 흔들 수 있으니 다행이군. 허나 자주 쓰진 말아라. 비장의 수는 한 번 내보이면 끝이야. "

" 엑- 너무해요. 아직까지 꼬마로 보시다니. "

" 뒤통수를 맞아 들어갔으니 꼬마가 맞지. "

" 아무리 대단해도 실수 좀 할 수 있… "

" 그 실수가 족쇄를 차게 만들었고. "


아, 이번 건 아팠다. 너무 정곡을 찔러 들어와 할 말이 없어졌다. 애꿎은 빨대를 잡아 한참을 저으니 한숨소리가 들려 고갤 들었다. 아저씨는 찻잔을 비우곤 팔짱을 낀 채 보고 있었다. 무겁고 깊은 눈빛을 가만히 받던 난 눈웃음으로 상황을 무마시키려 했지만 실패했다.


" 호락호락 하지 않으시네요. 넘어가 주실 수 있잖아요. 그리고- 범죄자가 아니니 취조 하실 필요 없어요, 아저씨. 당신 역시 요원님이 아니잖아요? "

" 범죄자가 아니라니. 네 코드네임은 이미 지명수배 받지 않았나? "

" 어머, 이시스는 지명 수배중이 아닌걸요? 잘못 알고 계신 것 같은데- 나이는 어쩔 수 없나봐요? "


여전히 미소를 짓곤 당신을 본다. 빈 잔을 들려 내려둔 뒤 앞으로 몸을 기울인 당신은 일어나며 명함크기의 종이를 밀었고 내려둔 지갑과 함께 종이를 들자 고갤 한 번 끄덕인 당신은 몸을 돌렸다. 음료값은 계산 되었기에 여유롭게 물건들을 챙기며 종이를 보니 카이로 외각의 주소가 있었다. 프린트로 찍어낸 듯 반둣한 글씨는 당신을 닮아있다. 호텔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운 느낌이었다.



ETC/Tearis 2018. 2. 26. 00:13

if 흑막썰

(그림 : 밀한님 https://twitter.com/milhan_cm/status/965170992640245760)


흔히 볼 수 있을 휴대전화를 든 손이 표면을 두드린다. 검은 액정만 보이던 전화기가 울자 손의 주인은 그것을 확인하고는 몇 번의 터치로 답을 보낸다. 몇 번의 반복 후에 화면 액정을 끈 손이 내려온 안경을 치켜 올렸다. 길거리의 발소리 사이에 섞인 둔탁한 굽 소리가 손의 주인에게 다가와 그림자를 만들었다.



" 1분 전- "

" 설마, 늦으리라 생각 한 거에요? "


그림자 주인의 말에 안경 낀 이가 낮게 웃었다. 소음에 묻혀 명확하진 않았지만 상관 없다는 듯 상대는 말을 이었다.


" 아니, 오늘도 딱 약속 시간에 맞춰 오나 싶었어. "

" ... 싱겁기는. "

" 자세한건 안에서 이야기 하는 게 어때? 계속 서 있는것도 불편한데. "

" 좋아요. "


제안을 수락한 이는 기다리던 이와 함께 바로 옆 카페로 갔다. 문이 열리며 울리는 차임벨에 인사를 한 종업원을 보지도 않고 구석 진 자리로 향한 이는 떨어지듯 앉았다. 퍽- 하는 공기 빠지는 소리에 낮게 웃는 상대를 보던 이는 건너편 자리에 앉아 선글라스를 벗었다.


" 그래서- 어제 일은 어땠어, 혜야? 변수가 많았을텐데. "

" 제대로 수행 했어요. 벌써 몇 번을 같이 일 하는데 아직도 그런 질문인가요? "

" 물론 혜야가 실수 같은걸 할 린 없지만, 그냥 확인 하는거야. "

" 테아리스씨 태도가 나쁘단 건 아니지만 매번 묻잖아요. "


혜야-천혜야의 말에 테아리스는 웃음소릴 흘리며 메신저백에서 펜과 수첩을 꺼냈다. 기묘한 것이 가득했지만 익숙하다는 듯 손은 유려하게 움직여 더하고는 마침표를 찍었다. 종업원이 오자 음료를 주문한 천혜야는 턱을 괸 채 테아리스의 손을 보고 있었다.


" 항상 보지만 뭔지 모르겠어요. "

" 그러라고 쓰는거야. 동네 방네 떠들어서 좋을 거 없으니까. "


어깰 으쓱이는 테아리스의 행동에 천혜야는 미소를 진 채 고갤 끄덕였다. 저 수첩에 기록된 것은 물론이고 자신들이 나누는 대화나 이후의 일 모두 타인에게 알려져서 좋을 건 없었다. 죽음으로 묻어버릴 것 이라면 모를까. 


" 주문하신 음료 나왔습니다. "


대화를 끊은 것은 종업원이 가지고 온 음료였다. 테아리스 앞엔 작은 에스프레소잔을 두고 천혜야 앞엔 맑은 붉은색이 담긴 유리잔을 내려뒀다. 둘 다 온기가 있는지 하얀 김을 띄웠다. 종업원이 돌아가고 나서 10초 가량 지나서야 천혜야는 잔을 집었다. 


" 그 차, 색은 예쁜데 맛이 미묘하더라. "

" 다섯가지 맛을 내기에 오미자五味子 라고 부른다고 이야기 해 줬던 것 같은데요. "

" 응, 했었지. "


고갤 두어번 끄덕인 테아리스는 제것을 한 모금 마시곤 내려놨다. 에스프레소 잔이 받침과 부딛쳐 잘각였지만 누구도 신경쓰지 않았다. 테아리스의 손이 멈추길 기다리며 차를 홀짝이는 천혜야의 시야에 조심스레 다가오는 여인이 보였다. 쭈뼛이는 게 곤란해 하는 것 처럼 보이자 몸을 돌린 그는 입을 열었다.


" 무슨 일 인가요? "

" 저기.. "


여인은 둘을 번갈아 본 뒤 말을 건 천혜야를 보곤 뭔갈 결심한 듯 주먹까지 쥐고 말했다.


" 혹시 두 분, 연예인.. 아니신가요? "

" 네? "


의외의 물음에 눈을 동그랗게 뜬 천혜야는 웃음소릴 흘리며 고갤 저었다. 


" 아니에요. 잘못 보셨나봐요. "

" 에.. 죄송합니다. "


당황한 여인에게 괜찮다는 뜻으로 손을 휘저은 혜야는 여전히 시선을 주지 않는 테아리스를 보고 있었다. 옆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와 상관 없에 제 일에 매진하던 상대가 눈을 들자 혜야는 그제야 잔을 내려놨다.


" 다 끝났나요? "

" 응, 덕분에. 아까 그 사람은 뭐야? "

" 둘을 연예인으로 봤나봐요. "

" 뭐? "


천혜야의 말에 테아리스는 안경다릴 잡고 고치더니 한껏 웃기 시작했다. 웃음소리가 샐까 입을 막는 모습이 장난치고 난 뒤 결괄르 보는 악동 같았다. 테이블 표변을 손으로 툭 툭 치면서 웃던 테아리스는 몸을 바로하고 안경을 다시 추켜올렸다.


" 와, 이런 이야긴 또 처음이야. 혜야가 너무 멋져서 그런 거 아냐? "

" 비행기 태우지 말아요. 그래봤자 나올 것 도 없고. "


테아리스는 에스프레소를 원샷 한 뒤에 가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패드를 꺼내 잠금을 해제한 뒤 화면을 띄워 혜야에게 내밀었다. 푸른 화면에 흰 색으로 선이 그어진 것을 보니 블루 프린트Blue Print, 청사진 이었다. 패드용 펜을 꺼낸 테아리스의 손은 청사진 곳곳에 표시하고는 목소릴 낮춰 말했다.


" 이 두곳은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곳. VIP는 이쪽과 이쪽에서 출입해. 경계 시작 시간은.. "

" 그렇다면 아예 시간 전에 도착해서 이쪽을.. "


청사진 몇 개를 오가며 설명하는 테아리스와 들으면서 의견을 내는 천혜야의 모습은 다른 테이블에서 보면 중요한 사업 이야기를 하는 것 처럼 보였다. 다른 테이블을 찾는 사람들이 몇 번 바뀔 때 까지 둘은 열띈 토론을 했고 패드 화면의 청사진은 온갖 색으로 덮였다.


" 좋아- 그럼 이렇게 가자. "


바닥을 보이는 찻잔을 들었다 놓은 천혜야는 선그라스를 집으며 입꼬리를 올렸다. 


" 걱정 말아요. 알잖아요? 내 실력. "

" 잘 알지. 그러니까 잘 부탁해. "

ETC/Isis 2017. 10. 31. 19:46

[ISIS] 작은 이시스를 건들면..(with 크리스 고이어)

라스베가스에서 한바탕 소동이 일은 뒤 3일이 지났다. 카이로 지부 내 배정된 숙소에서 꼼짝하지 않던 이시스는 무언가 결심한 요량으로 주먹을 쥐곤 지부장실로 향했다. 노크조차 하지 않고 문을 열어제낀 그네의 시야에 책상에 앉아있는 사내가 들어왔다.


" 왠일이지- 이시스? "


이시스는 대답하지 않곤 성큼 걸어 사내의 뒤에 서서는 씩 웃더니 오른손을 냅다 들어서 풀스윙을 했다. 손과 사내의 뒤통수가 만나 성대한 소리를 냈고 힘껏 친 탓인지 사내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 하고 책상과 강렬하게 인사를 했다.


" 갑자기 무슨 짓..! "

" 아주 성대하게 속였겠다..? "


사내의 눈이 잠시 가늘어지더니 양 손을 내밀며 흔들었다. 이시스는 상대가 그러거나 말거나 제 왼손의 붕대를 잡아 뜯었다.


" 내 이놈의 기지를 읽어서 팔아버려야지..!! "

" 아니, 잠깐. 진정해 이시스. "


자리에서 일어난 사내를 뚫어져라 보던 이시스의 눈에 잠시지만 살의가 어렸다.


" 고의가 아니면 뭔데? 날 설득 해 봐. 실패하면 이 기지의 모든걸 읽어버려서 팔겠어, 크리스-고이어. "


상대의 말이 어떤 의민지 아는 사내- 크리스는 제 의자에 몸을 묻고는 말을 이었다.


" 원래 그럴 생각은 아니었는데.. "

" 아니었는데? 근데? "

" 그.. 오버워치 윗선에서 어쩔 수 없이, 떠맡으라고 넘겨줘서... 명목상으로라도 실적이 있어야 하니까... "


뒷말을 흐리는 크리스를 보며 생긋 웃은 이시스는 나비가 자리잡은 손을 상대의 눈 앞에 쫙 펼쳤다. 화기에 피부가 타서 오그라든 붉은 손이 갑작스레 눈 앞에 등장하자 본능적으로 고갤 뒤로 젓힌 크리스는 왜 그러냐는 듯 상대를 보았다.


" 떙-!! 설득에 실패하셨습니다! "


그 어느때보다 화사한 미소를 지은 이시스는 사무실 바닥에 제 왼손을 가져갔다. 행동의 의미를 아는 크리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말리려고 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실이 끊긴 인형마냥 이시스는 쓰러졌다. 맥을 짚어본 뒤 그는 이시스를 들처 업고 나는듯이 밖으로 향했다.



" ...ㄴ.. 출혈로.... 위험.. "


머리가 깨질 듯 한 두통을 느끼며 이시스는 눈을 떴다. 귓가에 수십마리 벌레가 날개짓하는 소리에 신경질적으로 제 머리를 쓸어 올리며 일어났다. 누가 감은건지 왼손은 처음처럼 붕대가 곱게 감겨있었고 그는 제가 누운 곳을 파악하고는 손목을 보았다. 당연하다는 듯 오른쪽 손등엔 바늘이 꼽혀 있었고 손목엔 시계가 하나 있었다.


" 다행이네. "


손목을 두어번 흔들자 허공에 몇 개의 홀로스크린이 나타났다. 밖에서 목소리가 끊기지 않는동안 수많은 정보를 빠르게 입력한 이시스는 닫혀있던 문이 열리고 익숙한 얼굴의 사내가 들어오자 화사하게 미소를 지었다.


" 하아- Bro? "

" 도대체 뭔 일을 벌인거야. "

" 무슨 일이긴-? "


이시스는 상대에게 사악한 미솔 지으며 제 오른 손목을 흔들었다. 수많은 홀로스크린들이 눈 앞에 떠오르자 크리스의 미간이 미미하게 좁아들었다.


" 이런 일이지. 어때, 멋지지 않아? "

" 너- "

" 내 뒷통수를 치신 대가로 이걸 팔아버릴거야. 이해했어? "

" 쓰러진 이유가.. "

" Bingo- 기지 전체를 읽었거든. 위험 부담도 있긴 하지만, 멋지지? "


상대가 잔뜩 화가 났다는 것을 직감한 크리스는 침대 옆의 의자에 앉으며 제가 가지고 온 것을 간이 테이블에 올렸다. 뭐 하는 거냐는 듯 상대를 보던 이시시는 오른손을 한번 더 흔들자 스크린들이 사라졌다.


" 뭐 하는거야? "


물음에도 답 하지않은 크리스는 올려둔 짐에서 사과를 하나 꺼내들었다. 눈이 동그래진 이시스가 입을 열려하자 그는 챙겨온 과도를 들곤 사과를 깎기 시작했다. 일련의 행동에 어이가 없다는 듯 보던 그의 눈이 가늘어졌다. 토끼 모양으로 깔끔하게 깎인 사과접시를 내밀자 이시스는 상대와 사과를 번갈아 봤다. 약간의 대치가 있자 크리스는 포크로 사과를 집어 상대의 입가에 가져갔다.


" 이런다고 내 화가 풀릴거 같아, Bro? "

" 그건 그거고... 너 아무것도 먹지 않았잖나. "


위로 향한 눈꼬리를 유지한 채 이시스는 크리스의 손에서 포크를 받았다. 잘 깎인 그것을 이리저리 둘러보던 그는 사과를 한 입 깨물었다. 맑은 소리와 함께 달콤한 즙이 나오자 그는 입을 계속 움직였다.


" 이런.. 것으로, 풀리지.. 않을.. 냠.. "

" 다 먹고 말해. "


그 말에 사과에 집중한 이시스의 눈꼬리가 조금씩 아래로 내려오자 크리스는 낮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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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oschron] 그 나름의 할로윈

<매 년 10월의 마지막날엔 신기한 일이 벌어지곤 했다고.. >


아직 임무를 받기에 적합치 않다는 의사의 판단 하에 재활훈련을 빙자한 혹사를 마친 에스쿠로는 훈련실에 딸린 샤워실에 있었다. 뿌연 김이 서린 거울엔 흐릿한 인영만 존재했다. 막 샤워실을 나가려던 그는 등을 스치는 서늘함에 고갤 돌렸다. 허나 그의 눈에 비친것은 빈 샤워실과 아직 습기가 가시지 않은 거울 뿐 이었다. 고개를 모로 기울였던 에스쿠로는 제 짐을 가지곤 숙소로 향했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수증기가 가라 앉았을 때, 붉은빛의 형체가 거울에 비쳤다 사라졌다.




음료수나 마실 요량으로 휴게실로 향한 에스쿠로는 사람이 모인 것을 보곤 다가갔다. 해골 인형이나 어디서 가져왔을지 모를 줄로 거미줄을 연출하고 군데군데 티 라이트가 켜져 기괴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가운데 꾸미는 것을 주도하던 이가 뒤로 돌았다.


" 이게 다 뭔가? "

" 응-? 아하, 몰라? 오늘 10월 31일이잖아. "


상대의 질문에 날짜를 답한 이는 기묘한 화장을 하고 있었다. 머리모양새는 물론이고 옷 역시 작업복이 아닌 달라붙는 전신 타이즈에 이런저런 모양이 그려져 있었다. 물끄러미 상대를 보던 그가 모르는 것 같자 상대는 제 머리를 짚고 과장된 움직임을 보였다.


" 이럴수가! 요즘 세상에 할로윈을 모르는 이가 있다니 충격이야! "

" 할로윈? "

" 산 자와 죽은자의 세계가 가장 가까워 지고 경계가 희미해져 죽은 자가 친인 곁으로 돌아온다는 날이지. 멕시코의 죽음의 날 DÍA DE MUERTOS 전야기도 하고. "

" 흠, 그렇군. "

" 아이들이 코스튬을 입고 사탕이나 과자 같은 간식을 구걸하러 다니기도 해. Trick or Treat! 하면서 말이지. 혹은 이렇게 꾸미고 파티를 하지. "

" 그래서 지금 그 모습과.. "


에스쿠로는 꾸며진 곳을 턱짓했다.


" 이것은 그 날을 즐기는 방법인가? "

" 그런 셈이지! "


옛날 만화영화에서나 볼 법한 고깔모자를 내미는 YT의 손을 보던 에스쿠로가 휴게실을 빠져 나가자 뒤이어 볼멘 소리가 이어졌다. 물론 소리의 주역은 YT였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에스쿠로는 희끗한 것을 본 것 같다며 걸음을 멈췄다. 그가 서 있는 곳은 창이 있는 복도. 해가 진 아티라우 기지 밖은 몇몇 불빛을 제외하곤 어둠 뿐 이었다. 창에 비친 저를 바라보던 그는 복도로 시선을 돌렸고 명확한 형체 하나를 볼 수 있었다.


" 누가 있나? "


대답이 없자 그는 다가가 보기로 하곤 움직였고 상대 역시 거리를 두었다. 간극이 전혀 좁혀지지 않자 에스쿠로는 어깰 한 번 으쓱 인 뒤 신경을 끄고 숙소를 향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걸음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 뭔가, 이건. "


기지 복도를 인식하고 있던 시야에 들어온 희뿌연 형체들이 그를 감쌌다. 눈을 깜빡이고 오른쪽의 의안의 기능을 활성화 해 봤지만 형체들에 대한 정보는 나오지 않았다. 기능을 끄고 시선을 맞추자 연기 같던 그것들은 하나씩 온전한 사람의 모양새를 갖췄다. 그는 자신이 판단할 수 있는 가장 납득할 만한 답을 내었다.


" 누가 홀로그램이라도 깔아 둔 건가. 장난이 지나치군. "


「 죽은자가 잠시 돌아오는 날 이라지, 에스쿠로. 」


형체들 중 하나가 입을 열자 그의 입은 닫혔다. 다양한 외모, 나이대를 가진 형체들은 각자 입을 열었다.


「 잘 지내서 다행이군. 」

「 오랜만이야! 」


한쪽 뺨을 두드려본 그는 꿈은 아니라 생각한 뒤 작금의 상황을 판단 해 보기로 했다.


1. 이전처럼 '뇌파'를 조정해 현실같은 환상을 보던가

2. 부상의 여파로 헛것이 보이던가

3. (믿기는 힘들지만) 죽었던 이들이 제 눈 앞에 돌아왔던가


그가 기억하기로 아티라우 기지 내 별 다른 것이 있다는 건 모르기에 1번은 기각, 2번 역시 헛것을 본다기엔 너무 생생했다. 얼굴을 쓸어내린 그는 앞의 형체들을 보며 중얼거렸다.


" 그러니까... 이게 지금 꿈은 아니란 이야기군. "

「 꿈이라기에 너무 생생하지 않나. 」

" 그렇지. "

「 깜짝 이벤트라고 생각 해! 그나저나 많이 컸다? 」


그에게 많이 컸다고 한 인영은 소년병 시절의 친우였다. 죽은 자가 돌아온다는 날 이라며 웃은 이는 이름을 준 조교였고, 저와 같이 문신을 했던 군 동료에 드물게 친하게 지냈던 상관도 있었다. 그의 기억에서 서슴없이 '친구' 라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이미 스러진 자들이었다. 눈가를 손으로 덮은 채 낮게 웃던 에스쿠로는 손을 치우며 말했다.


" 그래, 시간이 지났지. 살아있는 이상 변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나. "

「 그거면 되었다. 」

「 넌 이쪽에 빨리 오지 말아라. 최대한 느지막이 오라고. 」

「 놀고 싶지만- 그래도 날 기억해줘서 고마워! 」

「 네가 하고 싶은 대로 살아보라고. 넌 그때나 지금이나 딱딱하다니까. 」


할 말을 다 했는지 인영들은 사라졌고 그는 평소와 같을 기지 복도에 서 있었다. 그들이 있던 곳을 보던 에스쿠로는 낮은 한숨과 함께 멈춘 발을 움직였다.


" 죽은 자가 돌아온 날... 이란 말이지. "